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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할수록 보수적’ 통념 틀렸다

입력
2018.06.15 04:40
수정
2018.06.19 11:02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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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유권자 성향 분석 “소득보다 연령이 변수” 결론 노인층이 극빈자 많은 탓 착시
[저작권 한국일보] 지난 5일 서울 탑골공원에서 노인들이 바둑이나 장기를 두고 있다. 배우한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지난 5일 서울 탑골공원에서 노인들이 바둑이나 장기를 두고 있다. 배우한 기자

한국에서는 저소득층이 오히려 보수적이라는 통념이 있지만 실은 노인들의 보수 편향이 두드러져 나타나는 착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더구나 고소득층과 50대 이상에서는 대북 인식 태도가 정치적 선택을 좌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병유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의 ‘저소득층일수록 보수정당을 지지하는가?’라는 제목의 논문에 따르면, 2003~2012년 10년간의 유권자 성향을 분석한 결과 한국의 저소득층이 ‘계급배반’(보수성향) 투표를 하지 않았으며, 저소득층이 보수적 선택을 한 것처럼 보인 것은 실제로는 연령 변수와 결합된 효과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별 정당 지지율이라는 1차적 분석만 보면 저소득층의 계급배반은 일단 사실로 착각하기 쉽다. 성균관대 서베이리서치센터가 2003년부터 실시해온 한국종합사회조사 결과를 분석하면 10년간 저소득층은 2007년 한차례를 제외하고 중도ㆍ진보정당 지지율이 가장 낮았다. 대선 유권자조사를 분석한 결과도, 2000년 이후 중도ㆍ진보정당에 대한 지지율은 중간소득계층이 가장 높았고 그 아래가 고소득계층이었으며 저소득 계층이 가장 낮았다. 중도정당은 민주당ㆍ열린우리당ㆍ창조한국당 계열 정당들이며, 진보정당은 민주노동당ㆍ진보신당ㆍ통합진보당 계열 정당들이다. 저소득계층은 하위 30%, 중간소득계층은 중간 30~70%, 고소득계층은 상위 30%로 나눴다.

성별ㆍ지역별ㆍ직업별(자영업자 여부) 변수를 통제해도 저소득층이 중도ㆍ진보정당 지지도가 낮았으나, 연령 변수를 통제하자 저소득층이라는 특성은 유의미하지 않은 것으로 바뀌었다. 저소득층의 평균 연령이 다른 소득계층에 비해 크게 높기 때문에, 즉 노인층에 저소득자가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전 교수 등은 논문에서 “이는 ‘저소득층일수록 보수정치 지지’라는 현상에서 실제 작용하는 변수는 연령임을 암시한다”며 “더구나 연령 효과를 통제할 경우, 본인이 하위계층에 속한다고 생각할수록 중도ㆍ진보 정당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연령 효과를 통제하면 객관적 소득수준에 의한 저소득층의 계급 배반 투표 경향이 사라지며, 주관적 계층의식에 의해 저소득층은 계급투표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다만 18대 대선(2012년) 조사만 놓고 보면, 연령변수를 통제해도 저소득층의 계급배반 투표 현상이 일정 부분 나타난 것으로 분석됐다고 논문은 지적했다.

또 연령대별로 정책 토대와 정치적 선택의 연관성을 검토한 결과, 40대 이하 연령층에서는 주관적 이념성향이 상대적으로 큰 역할을 한다면, 50대 이상 연령층의 경우 대북 태도 변수가 더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저소득층이 이념과 대북인식의 영향을 더 받을 것이라는 통념과 반대로, 이념성향과 대북인식이 정치적 선택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계층은 고소득층과 상층의식계층이며, 저소득층과 하층의식계층은 그 연관성이 가장 약한 것으로 분석됐다.

논문은 “저소득층이 자신의 경제적 이익에 반해서 투표한다거나, 보수적 이념과 이데올로기의 영향으로 정치적 선택을 한다는 일각의 통념은 수정될 필요가 있다”며 “노령층을 제외한다면, 저소득층은 이념적 이슈에 휘둘리기보다는 경제적 이해관계에 기초해서 평등주의적 정책을 지지하는 경향이 있다”고 결론지었다.

이진희 기자 riv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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