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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의 ‘아프리오리’는 번역 않고 그대로 쓰기로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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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의 ‘아프리오리’는 번역 않고 그대로 쓰기로 합의”

입력
2018.06.04 15:56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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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학회 34명 ‘칸트 전집’ 출간

1차분 3권 나와… 내년 16권 완간

4일 서울 순화동 문화공간 '순화동천'에서 열린 '칸트 전집'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칸트 전집 간행사업단 책임연구자' 최소인(오른쪽) 영남대 교수가 전집 출간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4일 서울 순화동 문화공간 '순화동천'에서 열린 '칸트 전집'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칸트 전집 간행사업단 책임연구자' 최소인(오른쪽) 영남대 교수가 전집 출간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학자들이 개별적으로 쓰던 용어를 이제는 통일시키자는 데까지는 합의했습니다만, 모두가 만족할 만한 답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불만족스럽지만 ‘아프리오리(a priori)’는 아프리오리 그대로 쓰기로 했습니다.”

4일 서울 순화동 문화공간 순화동천에서 열린 ‘칸트전집’ 출간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한국칸트학회 회원들은 한데 입을 모았다. 흔히 ‘선험’ ‘선천’ 등의 뜻으로 번역해 쓰인 ‘아프리오리’를 어떻게 번역할까를 두고 학회 차원에서 별도의 두 차례 학술대회까지 열었다. 저마다 각기 다른 주장을 내놓으면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최소인 영남대 교수는 “번역하지 않고 원문 그대로 쓴다는 것에 개인적으로는 반대하지만, 워낙 의견이 엇갈려 어쩔 수 없다는 점에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초월적‘ ‘초월론적’ ‘선험론적’ 등으로 다양하게 번역되던 ‘트란스젠덴탈(transzendental)’의 번역은 ‘선험적’으로 고정시키기로 했다. 김재호 서울대 교수는 “칸트가 쓴 뒤 하이데거, 후설 같은 후대 철학자들도 계속 이어 쓰는 서구 철학의 핵심개념일 뿐 아니라 ‘선험적’이라는 번역어로 우리 학계에서 그간 오래 쓰였다는 점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전 16권으로 기획된 칸트전집 1차분으로 출간된 책. 연합뉴스
전 16권으로 기획된 칸트전집 1차분으로 출간된 책. 연합뉴스

이충진 한성대 교수는 ‘아프리오리’와 ‘트란스젠덴탈’ 번역 논쟁을 사례로 들어 “번역이 옳은지, 잘못됐는지를 떠나 한국 칸트 연구자들이 한데 모여 내놓은 가장 공신력 있는 번역이라는 점”에서 ‘칸트 전집’ 출간 작업의 의미를 찾았다.

실제로도 그렇다. 이번 ‘칸트 전집’은 한국칸트학회 소속 연구자 34명이 2013년부터 3년 동안 한국연구재단에서 6억원의 지원을 받아 진행한 작업이다. 학회 이름으로 진행한 이유는 ‘다소 미흡하더라도 이번 기회에 학계 표준을 만들자’라는 욕심 때문이다. 번역문을 돌려 읽고 비평하는 것은 물론이고, 해제나 역주 작업까지 학회 차원에서 1ㆍ2차 심사를 한 뒤에 실었다.

분량으로도 최대다. 칸트하면 떠올리는 ‘순수이성비판’ ‘실천이성비판’ ‘판단력비판’ 등 3대 비판서를 포함, 칸트 생전에 발표된 글 가운데 ‘자연지리학’을 뺀 모든 글을 15권으로 묶어 내놓는다. 색인집 1권을 포함하면 모두 16권이 된다. 처음 선보인 건 2권 ‘비판기 이전 저작Ⅱ(1755~1763)’, 5권 ‘학문으로 등장할 수 있는 미래의 모든 형이상학을 위한 서설ㆍ자연과학의 형이상학적 기초원리’, 7권 ‘도덕형이상학’ 등 세 권이다. 늦어도 내년 가을까지 완간하는 게 목표다. 김언호 한길사 대표는 “일본은 이미 1960년대에 22권 분량의 ‘칸트 전집’을 내놨다”면서 “우리는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더 세련되고 좋은 문장의 책이어서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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