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애니북스토리] 동물을 위해서 지방 선거 너머 개헌!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애니북스토리] 동물을 위해서 지방 선거 너머 개헌!

입력
2018.06.05 14:00
0 0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은 5월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졌지만 의결정족수 미달로 최종 무산됐다. 픽스히어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은 5월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졌지만 의결정족수 미달로 최종 무산됐다. 픽스히어

지방선거가 코앞이다. 하지만 개헌 국민투표가 빠진 지방선거라니 김이 빠진다. 지방 선거에 동물 관련한 공약이 넘치지만 대부분 반려동물 놀이터 확대 수준이다. 지방선거에서 동물 공약이 발표되다니 반갑기는 하지만 반려동물 문제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개헌 투표가 빠진 게 더 쓰리다.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은 5월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졌지만 의결정족수 미달로 최종 무산됐다. 동물 문제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은 이번 대통령 개헌안에 관심이 컸다. 개헌안에 동물 관련 내용을 넣기 위해서 많은 사람이 노력했기 때문이다. 마침내 공개된 개헌안 전문을 읽으면서도 ‘국가는 동물 보호의 의무를 지닌다’ 정도만 들어가도 감사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세상에! 개헌안 제38조 제3항이 '국가는 동물보호를 위한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였다. 추상적인 의무 조항이 아니라 정책 시행을 강조하는 구체적인 조항이었다. 기대 이상의 내용이었다. “우와~ 우와!” 탄성을 질렀다. 덩실덩실 춤이라도 출 것 같았다. 우리가 든 촛불이 이런 세상을 만드는구나 뿌듯했다.

동물보호법은 수많은 동물학대 사건에 무용지물이었다. 픽사베이
동물보호법은 수많은 동물학대 사건에 무용지물이었다. 픽사베이

길고양이를 산 채로 끓여 죽이고, 개를 차에 매달고 달리는 끔찍한 동물학대 사건은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나고, 공장식 축산 속 농장동물과 동물실험 천국인 한국의 실험동물 등은 사람들의 관심 밖에서 일상적인 극한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 그러나 동물학대자에 대한 법의 판결은 언제나 기대에 못 미치고, 농장동물과 실험동물은 동물보호법 밖에 있다. 동물보호법은 수많은 동물학대 사건에 무용지물이었다. 법은 학대자를 징역형에 처하지도, 학대 동물을 구조하지도 않았다. 동물보호법은 인간의 소유권, 재산권 앞에서 무력했다.

하지만 최상위법인 헌법에 동물보호 정책에 대한 조항이 생기면 이런 사건이 벌어질 때 법리적으로 위헌 여부를 다툴 수 있고, 관련 법률을 제정하라고 요구할 수 있게 된다. 대통령 발의안대로 개정되면 싸움이 붙을 때마다 든든한 뒷배가 생기는 거였다. 그런데, 젠장, 무산되고 말았다.

개헌안 제38조 제3항이 '국가는 동물보호를 위한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였다. 위키피디아
개헌안 제38조 제3항이 '국가는 동물보호를 위한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였다. 위키피디아

개헌 이야기가 나오면서 헌법과 관련한 책을 여러 권 구입했다. 첫 책은 전문가용이어서 어려워서 패스, 쉬울 거라 생각한 교사가 쓴 책은 동물 관련 내용이 없어서 패스, 이오덕 선생님 책은 우리말 쓰기에 집중한 책이라서 또 패스. 그러다가 우리헌법읽기국민운동이 제작한 <손바닥, 헌법책>을 만났다. 이 책은 발간 의의를 “국민이 이 나라의 참된 주인이 되려면, 국민 스스로 헌법을 잘 알고 지켜야 하고, 헌법을 잘 지킬 사람을 뽑아 국가의 권력을 정당하게 행사하도록 해야 합니다”라고 밝혔다. 어떤 책보다 헌법을 이해하고 개헌의 의의를 아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이 책에도 교육, 경제, 노동, 청소년 등 분야별 단체의 개헌 제안이 소개되는데 동물 관련 단체는 없었다. 동물권 분야도 지난해부터 헌법 개정을 위해 많은 노력했는데 아쉽다. 개정판에는 동물분야도 포함되기를 바란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개헌을 원하는데 개헌안은 왜 무산됐을까?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에도 ‘개헌을 다시 추진해야 한다’에 답한 사람이 80퍼센트나 됐다. 책보다 구체적인 공부가 필요했다.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하승수 변호사의 강의를 들으러 갔고, 들어보니 개헌이 좌초된 중요한 이유는 민심을 반영하지 못하는 선거제도였다. 개헌을 하려면 재적 국회의원의 3분의2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그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방식의 문제였다.

완전비례대표제인 네덜란드의 투표용지. 지역구 없이 당과 인물만 보고 투표한다. 네덜란드의 선거 방식이었다면 21명의 정의당 국회의원이 현재 국회에서 활동하고 있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고작 6명이다.
완전비례대표제인 네덜란드의 투표용지. 지역구 없이 당과 인물만 보고 투표한다. 네덜란드의 선거 방식이었다면 21명의 정의당 국회의원이 현재 국회에서 활동하고 있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고작 6명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선거제도로는 투표자의 뜻이 바로 국회로 연결되지 못했고, 비례투표제의 확대가 대안인 듯 했다. 강의 중에 소개된 완전비례대표제의 나라 네덜란드가 부러웠다. 만약 우리가 네덜란드와 같은 방식이라면 어땠을까. 지난 2016년에 치러졌던 20대 국회의원 선거에 적용해 봤다. 당시 정의당은 동물을 물건으로 규정하는 민법 개정, 동물보호 대상에 동물원 동물, 길고양이, 투견을 포함한다는 등의 가장 앞선 동물복지 공약을 발표했었다. 당시 정의당은 비례투표에서 7.23퍼센트의 득표율을 얻었으니 네덜란드의 선거 방식이었다면 21명의 정의당 국회의원이 현재 국회에서 활동하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고작 6명이다.

동물문제에 있어서 지방자치단체장과 의원들의 동물인식도 중요하니 이번 지방선거도 꼼꼼히 따져보고 투표해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는 개헌 국민투표로 나아가기를 바란다. 언젠가 개헌을 위한 촛불을 들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글ㆍ사진 김보경 책공장 더불어 대표

참고한 책: <손바닥 헌법책>, 우리헌법읽기국민운동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