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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강용흘(6.5)

입력
2018.06.05 04:4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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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정국의 드문 민주주의자였던 '초당'의 작가 강용흘이 120년 전 오늘 태어났다. 보스턴대 자료.
해방 정국의 드문 민주주의자였던 '초당'의 작가 강용흘이 120년 전 오늘 태어났다. 보스턴대 자료.

‘뉴욕한인교회 60년사’(1981)에 소개된 1920~30년대 교우 90여 명 중에는 이승만을 비롯 조병옥 정일형 김활란 장덕수 등 대한민국 초대 정부 정치 엘리트들이 즐비하다고 한다. 가나다순 명단의 맨 앞에 놓인 이가 재미 문학가로 한국인 최초 영어 소설 ‘The Grass Roof(이하 ‘초당’)’를 미국서 낸 강용흘(姜鏞訖, 1898.6.5~1972.12.2)이다. 신동아 2004년 논픽션 공모에 당선한 김지현의 글에는 20대의 강용흘이 셰익스피어의 희곡이나 당시(唐詩) 등 중국 고전 구절들을 “줄줄이 암송하는 천재였다”고 소개돼 있다.

단돈 4달러와 어눌한 영어 실력으로 단신 미국으로 건너간 지 불과 10년 만인 31년 그는 첫 작품 ‘The Grass Roof(초당)’를 출간해 평단의 호평을 받았고, 이듬해 구겐하임 상과 펠로에 뽑혔다. 그의 책 출간을 주선한 이가 하버드 대 동문이자 뉴욕대에서 함께 교편을 잡았던 친구 토마스 울프(Thomas Wolfe)였다. ‘초당’은 조선의 가부장 윤리와 민족주의에 환멸을 느낀 청년 지식인이 미국에서 개인주의적 가치에 눈뜨는 과정을 그린 작품. 그는 37년 프랑스의 핼퍼린 카민스키 문학상과 53년 루이스 와이스 문학상을 탔고, 여러 대학에서 강의했다.

강용흘은 함경남도 홍원군에서 태어나 함흥 영생중학교를 졸업, 3ㆍ1운동 등에 가담했다가 경찰에 쫓기면서 21년 선교사의 도움을 받아 이민 갔다. 보스턴대를 거쳐 하버드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했고,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에 취직해 브리태니카백과사전 편찬 작업을 도왔다. ‘초당’ 출간으로 미국 지식인사회 언저리에 안착한 그는 뉴욕타임스, 네이션 등 신문 잡지에 조선 독립에 관한 글을 여러 차례 발표했고, 해방 후 미군정청 출판부장 겸 정치분석관으로 근무했다.

그는, 당시 일반적인 조선 유학파 지식인들과 달리 민족주의자가 아닌 민주주의자였다. 그는 이승만 정부를 ‘나쁜 경찰국가’라고 성토했다. 이승만은 권력을 동원해 그가 ‘빨갱이’라는 식의 흑색선전을 일삼았고, 강용흘은 50년대 미국 매카시즘 속에 FBI의 집요한 사찰을 당하며 대학에 자리를 잡지 못한 채 떠돌이 지식인으로 가난 속에 살았다. 미국명 Younghill-Kang은 장편소설 세 권과 희곡 1편, 다수의 산문을 남겼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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