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애리조나에 위치한 시카고 컵스 야구장 내에는 선수들을 위한 극장(Theater)이 있다. 대학교 강의실 분위기가 물씬 나는 이곳에선 멘탈, 스포츠 영양 등 다양한 수업과 기술 코치들의 타격과 피칭에 대한 강의도 이뤄진다.
여러 프로그램 가운데 최근 ‘인성 교육’ 횟수가 늘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2015년부터 가정 폭력, 성추행, 아동 학대 3가지에 대한 정책을 따로 제정할 만큼 선수들의 인성을 중요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메이저리그 팀들은 소속 선수들에게 의무적으로 관련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올해 컵스의 마이너리그 스프링캠프 기간에도 ‘좋은 팀 동료가 되는 방법’, ‘술과 마약 등 야구에 방해되는 것들을 멀리하는 방법’ 등 다양한 인성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컵스의 제론 매디슨 육성 총괄 디렉터는 마이너리그 선수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인성 교육 프로그램에서 이처럼 말했다. “구단이 리글리 필드(컵스의 메이저리그 구장)에서 뛰는 모습을 보고 싶은 선수는 단순히 야구만 잘하는 선수가 아니다. 실력과 인성을 모두 갖춰 훌륭한 롤모델이 될 수 있는 선수가 리글리 필드에서 뛰기를 원한다.”
그 동안 출중한 실력을 갖고도 사생활 문제로 선수 생활을 망친 경우는 많았다. 현재 추신수(텍사스)의 팀 동료인 투수 맷 부시는 2004년도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의 지명을 받은 기대주였지만 여성 폭행, 음주 뺑소니 등으로 방황하다가 2016년 서른 살에 뒤늦게 빅리그 무대를 밟았다.
이외에도 밀턴 브래들리(전 시애틀), 아롤디스 채프먼(뉴욕 양키스), 호세 레이예스(뉴욕 메츠), 미겔 사노(미네소타) 등 다수의 메이저리거들이 가정 폭력 혹은 성추행에 연루된 적이 있다. 가장 최근에는 오승환(토론토)의 동료 로베르토 오수나가 여성 폭력으로 인해 체포되기도 했다. 사생활 문제로 선수가 출장 정지를 받게 되면 이 기간엔 급여 정지는 물론 메이저리그 서비스 타임(FA 등록 일수)도 적용되지 않는다.
메이저리그가 각 팀들을 통해 훈련 시간을 줄이면서까지 선수들에게 인성 교육을 시키는 이유는 단순하다. 선수들이 지니고 있는 여러 위험 요소들을 줄여 ‘최고의 상품’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최근 한국프로야구에서도 선수들의 ‘야구장 밖 문제’로 시끄럽다. 사고를 친 선수가 1차적으로 잘못했지만 구단도 일부 책임은 있다. 아직 선수들의 기량을 키우는 육성 시스템에 집중하고 있을 뿐 전문적으로 인성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구단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는 실력과 인성을 두루 갖춘 선수를 키울 수 있는 육성 시스템을 고민해야 할 때다.
허재혁 J메디컬트레이닝센터 대표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