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접견하며 보인 파격적 예우의 모습은 ‘북미간 적대관계부터 해소하겠다’는 트럼프식 접근법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80분 가량의 회동을 마친 뒤 집무동 밖으로 나와 백악관을 떠나는 김 부위원장을 직접 배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경내에 있던 차량까지 김 부위원장과 나란히 걸어가면서 간간히 웃음을 보였고, 친밀감을 표시하려는 듯 팔을 가볍게 두드리기도 했다. 김 부위원장을 수행한 최강일 북한 외무성 부국장 등과 함께 기념사진도 촬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부위원장과 작별 악수를 나눈 뒤 차량에 탑승해 떠나는 모습을 손을 흔들며 지켜봤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을 방문한 인사를 배웅한 것도 이례적이지만, 그 대상이 북한 관리라는 점에서 미국 내에선 놀람과 비판, 아예 경악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은 과거 6자 회담에서 북한 관리와 악수하는 것까지 훈령으로 일일이 통제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2009년 억류자 석방을 위해 방북 했을 때, 의도적으로 웃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의 선전에 이용당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트럼프 정부 들어서도 마찬가지였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지난 2월 평창 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했을 때도 뒤쪽에 앉았던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과 얼굴조차 마주치지 않으려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이날 김 부위원장과의 회동에 강경파인 펜스 부통령과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은 배석시키지 않았다. 북한을 최대한 배려하겠다는 노력이 여러 곳에서 드러난 것이다. 앞서 김 부위원장 일행은 뉴욕 입국 당시부터 정식 입국 절차를 생략하고 공항 계류장을 통해 빠져 나가는 등 특급 의전을 받았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유엔 차석대사 관저에서 만찬을 함께 하는 등 극진히 배려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김 부위원장을 배웅한 뒤 기자들과 만나 “나는 한번의 회담에서 그것(비핵화)이 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없다”며 “우리는 매우 다른 나라 사이에 놓인 수년간의 적의, 수년간의 문제, 수년간의 증오에 대해 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핵화에서 앞서 북미간 오래 증오와 적의를 해소하는 것이 먼저라는 인식인 것이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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