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계적 비핵화 용인하는 듯하고
김영철에 인권문제 안 꺼낸 채
한중일 3국 경제지원만 언급
아베, 방미 때 ‘진의’ 확인할 듯
일본 언론들은 지난 1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 받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과 태도를 통해 드러난 미국과 일본 사이의 뚜렷한 입장 차이를 3가지 관점에서 지적했다. 신속하고 일괄적인 비핵화 대신 북한이 요구해온 단계적 비핵화를 용인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고,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선전부장과 북한 인권을 협의하지 않았으며, 한중일 3국을 지목해 대북 경제지원을 거론했다는 이유에서다.
일본은 대북제재와 관련, 미국과의 보조를 맞춰 ‘최대한의 압박’ 기조를 강조해 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최대한의 압박’이란 표현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하자 당혹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3일 ‘비핵화를 향한 압박을 완화하겠다는 것인가’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최대한의 압박’이란 표현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을 두고 “북중무역 활성화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 있는 것과 모순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이 비핵화 프로세스의 시작”이라고 밝힌 것에는 “단계적 비핵화를 추구하는 북한에 대한 양보가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이와 관련해 “12일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해 구체적인 방법과 일정이 결정될 전망이 낮아졌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부위원장과 만남에서 북한이 꺼려하는 인권 문제를 협의하지 않았다는 것도 북미 정상회담에서 일본인 납치문제가 거론되지 않을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했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때 (인권 문제를) 거론할 수도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두었으나 북미대화 분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일본인 납치문제가 소외될 우려가 있다고 전망했다.
일본이 인권문제에 주목하는 건 북일간 현안인 일본인 납치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간 일본 정부는 납치문제 해결이 선행돼야 대북 경제지원이나 북한과의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원칙을 밝혔다. 때문에 북미 정상회담에서 납치문제 해결과 북한이 핵 포기와 국제사회의 검증ㆍ사찰을 수용할 경우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에 드는 초기비용을 지원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인권은 거론하지 않고, 한중일 3개국의 대북 경제지원 가능성만 거론하자 일본 내부의 경계감이 급부상하고 있다.
미국에 대한 일본 여론의 불만과 우려가 높아지자,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7일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 발언의 진의를 확인하고 핵ㆍ미사일ㆍ납치문제의 해결이 없는 한 경제지원도 없다는 일본 정부 방침을 다시 한번 전달할 계획이다. 아사히신문은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는 어중간한 결과가 나오고 납치문제는 일본과 북한이 해결하도록 내버려 둘 경우 일본 입장에서 괴로운 상황 전개”라는 정부 관계자 언급을 소개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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