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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일 “상대의 눈을 보고 들어주는 게 연기의 진정성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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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일 “상대의 눈을 보고 들어주는 게 연기의 진정성이죠”

입력
2018.06.04 04:4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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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리턴즈’로 돌아온 성동일

전설적 형사 출신 탐정 역할로

권상우ㆍ이광수와 찰떡호흡

“아이가 셋이라 앞만 보고 달려

언제나 지금이 제일 행복해요”

영화 ‘탐정 리턴즈’로 돌아온 성동일은 “이보다 더 호흡이 잘 맞을 수 없는 촬영장이었다”며 “현장 분위기가 영화에도 잘 담긴 것 같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영화 ‘탐정 리턴즈’로 돌아온 성동일은 “이보다 더 호흡이 잘 맞을 수 없는 촬영장이었다”며 “현장 분위기가 영화에도 잘 담긴 것 같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김칫국 마시는 얘기일지도 모르지만 ‘일찌감치 3편 부제목을 고민해야 하지 않겠냐’는 덕담으로 배우 성동일(51)과 첫 인사를 나눴다. 얼굴 가득 번지는 흐뭇한 웃음을 보니 이미 제작사와 배우들 사이에선 속편 구상이 끝난 모양이다. “인지능력이 있을 때까지 시리즈를 이어가고 싶다”던 얘기가 농담만은 아니었던 듯하다. 인터뷰를 잘 하지 않는 그가 ‘미스터 고’(2013) 이후 5년 만에 기자들과 마주 앉은 데서도 특별한 애정이 엿보인다. ‘탐정 더 비기닝’(2015)에 이어서 ‘탐정 리턴즈’(13일 개봉)로 스크린에 돌아온 성동일을 1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권상우에게 자중하라고 했는데도 자꾸 흥분을 하더라고요.” 말만 그렇지 성동일도 꽤 고무된 분위기다. “언론시사회 반응이 1편 때보다 좋아서 보람을 느껴요. 결과는 모르는 일이지만 지금 이렇게 웃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요.” 262만 깜짝 흥행을 일궜지만 첫 날 관객수는 5만명에 불과했던 1편에서의 아찔했던 경험을 되새김질했다.

1편에서 ‘셜록 마니아’인 만화방 주인 강대만(권상우)과 광역수사대 전설적인 형사 노태수(성동일)는 비공식 공조 수사로 역대급 미제사건을 해결했다. 2편에서 두 사람은 아예 탐정사무소를 차린다. 야심만만한 시작과 달리 사무실엔 파리만 날리고 생활비 압박이 커져가던 즈음, 첫 사건 의뢰가 들어온다. 사이버수사대 에이스였던 여치(이광수)가 새 멤버로 가세한다. 세 사람의 찰떡 같은 호흡과 생활밀착형 코미디 수사극이 관객을 쉴 새 없이 웃긴다.

명탐정 노태수(성동일ㆍ왼쪽)와 강대만(권상우)의 콤비 플레이가 맛깔스럽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명탐정 노태수(성동일ㆍ왼쪽)와 강대만(권상우)의 콤비 플레이가 맛깔스럽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성동일은 권상우와 이광수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내주고 무게중심을 잡는 데 주력한다. 애드리브도 줄였다. 그는 “나까지 까불면 망조가 든다”고 껄껄 웃었다. “배우는 시나리오를 토대로 공간을 만드는 사람입니다. 적정선을 지키면서도 얼마든지 지루하지 않은 작업을 할 수 있어요. 제 애드리브도 울타리를 벗어나지 않아요. 그래서 더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이겠죠.”

영화에 빈틈이 없는 건 아니지만 스크린 밖으로 뿜어져 나오는 활기가 흠을 덮는다. 배우들이 얼마나 신이 나서 연기하는지 눈에 보인다. “1편 스태프가 고대로 2편까지 왔어요. 촬영 끝나고도 자주 어울렸죠. 이젠 아내와 아이들끼리도 친구가 됐어요. 2편 촬영 때는 아내들이 촬영장에 수박 화채도 만들어 왔다니까요. 마음이 서로 잘 맞으면 영화에도 그 분위기가 담기게 돼요.” 1편만큼 흥행하길 바라는 것도 “‘탐정’ 시리즈에서 만난 스태프를 오래오래 보고 싶어서”다.

성동일의 생활감 물씬한 연기는 ‘진짜 생활’에서 나온다. 그는 “재래시장에서 국밥장사 50년 한 사람 같은 일상적 느낌”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한 장면에서 웃겼다가 울렸다가 동시에 할 수 있는 배우는 성동일뿐이다. 성동일은 “진정성”이라는 말로 설명했다. “누군가 내 힘든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면 눈물이 나잖아요. 건성으로 듣는 사람에겐 말하다가도 멈추게 되고요. 연기를 할 때는 서로 상대의 눈을 보고 들어줘야 해요. 그래야 자신의 감정도 알 수 있어요. 후배들에게도 늘 조언합니다. 정답만 찾아서는 안 되고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고요.”

성동일은 촬영장에서 모니터를 하지 않는다. “연기를 머릿속에 기억해 둬야 감정 표현을 자연스럽게 이어갈 수 있다”는 이유다.
성동일은 촬영장에서 모니터를 하지 않는다. “연기를 머릿속에 기억해 둬야 감정 표현을 자연스럽게 이어갈 수 있다”는 이유다.

성동일을 따르는 젊은 후배들이 많은 것도 그 때문이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에서 성동일은 극중 딸들을 ‘개딸’이라고 부르는데, ‘개딸 1호’인 ‘응답하라 1997’의 정은지는 성동일을 평소에도 ‘아빠’라고 부른다. 친아빠와 극중 아빠 성동일을 생각하며 작사ㆍ작곡한 노래 ‘하늘바라기’를 발표하기도 했다. “은지가 안부 전화해서 ‘아빠 생각하면서 곡을 쓰고 있다’고 하길래 ‘이 녀석이 돈 맛을 알았나’라고 농담을 했어요. 한참 뒤 아들 준이가 흥얼거리는 노래를 듣고서 알았어요. 진짜 노래를 냈더라고요. 어찌나 놀랍고 감동적이던지.”

‘개딸 2호’인 ‘응답하라 1994’의 고아라와는 JTBC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에서 재회해 요즘 한창 방영 중이다. 최근 tvN 드라마 ‘라이브’를 마쳤고, 얼마 전까지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 영화 ‘레슬러’(2018) ‘반드시 잡는다’ ‘희생부활자’ ‘청년경찰’(2017) 등에 출연하며 쉼 없이 달려왔다. 추석에는 ‘안시성’이 개봉한다. “아이가 셋이라 백미러 룸미러 볼 틈이 없어요. 앞만 보고 달리기도 바빠요. 바쁘게 사는 게 재미 있어요. 연기도 많이 해야 늘어요.”

그에게 가족은 삶의 전부다. 최근 tvN 예능프로그램 ‘인생술집’에 출연해 어린 시절 불우했던 가정사를 털어놓으며 아내와 세 아이에게 애틋한 마음을 고백하기도 했다. “연기하면서 타인의 관심을 처음 받았어요. 그때 얻은 자신감으로 힘든 시간 버텼습니다. 가정을 꾸릴 수 있었던 것도 그 덕분이고요. 저는 언제나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해요.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아마 내일은 지금보다 더 행복할 겁니다.”

글ㆍ사진=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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