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경제협력(경협)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면서 유통ㆍ물류 업계가 대북 사업 준비를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다. 북한과 경제협력 관계 진전에 따라 향후 유라시아 대륙 진출 길도 열릴 전망이어서 북한을 중국, 러시아 등 북방 진출의 전초기지로 삼으려는 노력도 병행되고 있다.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는 그룹 내에 ‘북방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북한, 러시아 연해주, 중국 동북 3성 등의 지역을 연구하고 이들 지역과 경제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롯데는 해당 지역에 진출한 롯데의 식품ㆍ관광 계열사들을 활용해 교류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국제기구 등과 협력해 이들 지역에 문화ㆍ경제적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롯데는 2016년 인수한 ‘롯데글로벌로지스’(옛 현대로지스틱스)가 금강산 특구, 개성공단에 자재 운송 경험이 있는 만큼 향후 물류 분야에서도 경제협력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남북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남북 간 철도가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연결된다면
중국 동북 3성 지역에서 건설하고 있는 ‘선양 롯데월드’ 등 롯데의 북방 사업이 더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CJ대한통운은 남북 관계가 해빙 무드로 접어들자 철도와 트럭을 결합해 화물을 운송하는 ‘유라시아 브리지 서비스’ 사업지역을 대폭 확대했다. 이 서비스는 기차역까지만 운송하던 기존 철도 배송 서비스와 달리 트럭을 연결해 고객 문앞까지 물건을 배달을 해준다. 기존에는 중국 청두(成都)역, 폴란드 로즈역, 독일 뉘른베르크역, 네덜란드 틸버그역 등에서 서비스 이용이 가능했다.
CJ대한통운은 한반도 긴장이 완화되면서 서비스 출시 한 달 만에 중국과 유럽 서비스 지역을 대폭 확대했다. 중국의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칭다오(靑島) 등 8개성 3개 직할시 22개역에서 유럽행 화물수송이 가능해졌다. 유럽과 독립국가연합(CIS)의 14개국 30개역도 해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CJ대한통운은 중국 유럽을 연결하는 경로에 이어 ‘한국발 유럽향’ 경로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CJ대한통운 관계자 “북미 정상회담 등 한반도 정세 변화에 따라 남북철도가 대륙철도와 연결될 경우 서비스 기반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며 “이르면 연내 한국에서 유럽까지 해운과 철도, 트럭을 연계한 화물 운송도 가능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창업주 고향이 북한인 샘표와 오리온 등 식품기업과 에이스침대 등 가구 업계도 남북 경협에 대비하고 있다. 박진선 샘표 대표는 “북한에 살고 계신 분에게도 도움이 되는 것을 샘표가 많이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기회가 된다면 간장 등 관련 제품과 연관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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