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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아래 새 게임 없다… 게임업계 원조 쟁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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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아래 새 게임 없다… 게임업계 원조 쟁탈전

입력
2018.06.03 15:53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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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립된 섬에서 최대 100명 난전

한 명 살아남는 게임 방식 두고

배틀그라운드 개발사가 소송제기

“표절작 3건 유료 서비스 멈춰야”

#2

비슷하다고 저작권 보호 어려워

업계 “흥행 견제하는 차원”

정통성 확보 위한 장외전도 활발

中게임사, 원작격 日영화감독 영입

표절 의혹으로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펍지의 ‘배틀그라운드’(왼쪽)와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
표절 의혹으로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펍지의 ‘배틀그라운드’(왼쪽)와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

하늘 아래 완전히 새로운 게임이 있을까. 게임 업계에서는 이 질문에 쉽게 답을 내리지 못한다. 게임 장르마다 대표적 특성이 있기 때문에 얼핏 보면 베낀 것처럼 비슷해 보여도 먼저 나온 게임을 ‘원조’라고 보기는 어렵다. 어디까지를 게임 저작권으로 볼 수 있는지 경계가 모호하다 보니, 게임사간 분쟁이 법정 다툼으로 번지는 일도 끊이지 않는다.

침해를 증명하기도 어렵고 소송이 길게는 5년 넘게 걸리다 보니, 표절 의혹 제기를 경쟁 게임 ‘흠집 내기’ 목적으로 남발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동시에, 한 게임이 히트하면 얼마 안 돼 아류작들이 쏟아지는 게임 시장의 잘못된 행태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3일 글로벌 흥행작 ‘배틀그라운드’ 개발사 펍지에 따르면 펍지는 소송 2건을 진행 중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법원에 중국 넷이즈가 서비스하는 ‘나이브즈아웃’ ‘룰즈오브서바이벌’이 배틀그라운드를 표절했다며 서비스와 개발 중지를 요청했다. 서울중앙지법에는 에픽게임즈코리아를 상대로 ‘포트나이트’에 대해 저작권 침해 등을 이유로 서비스 중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배틀그라운드(왼쪽)와 포트나이트 모두 게임 속에서 ‘자기장’을 푸른빛으로 묘사하고 있다.
배틀그라운드(왼쪽)와 포트나이트 모두 게임 속에서 ‘자기장’을 푸른빛으로 묘사하고 있다.

3개 게임이 캐릭터 옷차림, 게임 진행 방식, 그래픽 등에서 배틀그라운드를 따라 했다는 게 펍지의 주장이다. 포트나이트의 경우 캐릭터의 남은 체력을 표시하는 방식, 체력을 회복하는 아이템, 게임의 핵심인 자기장(점점 줄어드는 전투 영역) 등에 대한 묘사ㆍ표시 방식이 유사하다. 하지만 고립된 공간에서 수십 명이 모여 한 사람이 살아남을 때까지 싸우는 콘셉트는 일본 대중문화 ‘배틀로얄’에 기인한 하나의 게임 장르여서 개별 게임이 독창성을 인정받기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아르마’ ‘H1Z1’ 등 배틀그라운드보다 먼저 배틀로얄을 접목한 게임들도 있다.

배틀그라운드(왼쪽)와 포트나이트 게임 속 지도에서 안전지대와 자기장이 각각 하얀색 원과 파란색 원으로 표시돼 있다.
배틀그라운드(왼쪽)와 포트나이트 게임 속 지도에서 안전지대와 자기장이 각각 하얀색 원과 파란색 원으로 표시돼 있다.

실제 소송에서 저작권 침해를 인정한 사례도 찾기 힘들다. 2016년 아이피플스가 자사가 확보한 있는 ‘부루마불’ 지식재산권(IP)을 넷마블의 ‘모두의마블’이 침해했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1심과 2심 모두 넷마블이 승리했다. 두 게임 사이 유사성은 80%가 넘지만 부루마불 게임 특징이 아무도 생각할 수 없는 ‘창조적 개성’으로 볼 수는 없다는 판결이었다.

넥슨 관계자는 “게임사가 특허를 등록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보안, 시스템 최적화 등에 대한 기술이지 게임 방식을 특허로 등록하는 건 거의 없다”며 “저작권으로 보호받으려면 독창성을 입증해야 하는데 법적 기준이 상당히 까다롭다”고 설명했다. 중소 게임사 한 개발자는 “포트나이트는 북미와 유럽에서 배틀그라운드 매출을 이미 뛰어넘었다”며 “저작권 보호 신념보다는 경쟁 게임 흥행에 제동을 거는 차원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뚜렷한 주인이 없고 게임 특징을 저작권으로 인정받기 힘들다 보니 게임 업계에서는 정통성을 강조하기 위해 일종의 ‘장외전’도 펼쳐진다. 모티브가 된 작품이나 선행 성공작과 관련된 인물을 영입하는 현상이 그것인데, 넷이즈는 영화 배틀로얄 각본을 쓴 후쿠사쿠 겐타 감독을 게임 스토리 고문으로 앉혔고, 펍지는 배틀로얄류 게임 전문가이자 H1Z1 개발을 총괄한 브랜든 그린을 영입한 바 있다.

한국게임산업협회 관계자는 “게임에서는 저작권 개념이 명확하지 않고 한국음악저작권협회처럼 별도 관리 기관도 없다”며 “하지만 성공작 따라 하기가 범람하자, 실패의 위험을 감수하며 앞서 작품을 만든 기업은 선례를 남기는 차원에서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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