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바로 전날 세기의 만남
‘판세 유리’ 판단한 민주당도
민감한 지역현안보다 안보 부각
깜깜이 선거 우려 목소리 커져
“박원순 서울시장 3선 저지”
김문수ㆍ안철수 단일화 여부 주목
유권자의 시선을 잡아 끌어야 할 선거 분위기가 영 신통치 않다. 6ㆍ13 지방선거의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됐지만 북미 정상회담 등 한반도 정세를 좌우할 초대형 이슈에 밀린 탓이다. 자연히 각 당의 공약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지는데다, 여당 독주를 견제할 야권의 단일화나 선거 연대 움직임도 자취를 감춰 ‘3무(無) 선거'가 될 것이란 냉소가 적지 않다.
지방선거 D-10일인 3일에도 선거 열기는 좀체 살아나지 않았다. 오히려 선거 전날인 내달 12일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의 준비작업이 구체화하면서 김정은의 친서 내용이나 비핵화, 종전선언 등 외교안보 이슈에 온통 관심이 쏠렸다. 더구나 판세가 유리하다고 판단한 더불어민주당이 지역주민의 민감한 이해관계에 초점을 맞춰 목소리를 내기 보다는 대화 국면의 훈풍에 편승해 연일 평화를 강조하는데 치중해 지방선거에 대한 유권자의 무관심을 부추기는 형국이 됐다.
지방선거임에도 지역 현안 대신 중앙 정치 이슈가 전면에 등장하면서 ‘깜깜이’ 선거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반도의 운명을 바꿀 수도 있는 굵직한 뉴스가 연일 쏟아지면서 야당이 당초 강조한 정권 심판적 성격은 희석되고 국민들의 삶과 맞닿은 선거의 주요 쟁점들도 뇌리에서 잊혀지고 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지방선거는 각 당과 후보들이 지역 현안을 놓고 치열하게 정책 경쟁을 하면서 선택을 기다려야 하는데 이번에는 완전히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면서 유권자가 선거에 흥미를 갖기 힘든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 후보들이 전국 각지에서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 당선 가능성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이를 견제 해야 할 야당이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는 것도 유권자가 등을 돌리는 요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매번 선거 때마다 막판 변수로 부각돼 판을 흔들었던 후보 단일화나 야권의 선거연대가 이번에는 쏙 들어갔다. 야당 후보끼리 단일화를 하더라도 여당 후보의 독주를 막기가 쉽지 않아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라는 현실적 판단도 작용했다. 보수 야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후보 단일화 가능성을 일축한 데 이어 원내 3, 4당인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도 일찌감치 선거연대 불가 입장을 밝혔다.
이처럼 중앙당 차원의 단일화는 무산됐지만 개별 후보 간 정책연대를 고리로 변화를 꾀할 여지는 아직 남아있다. 최대 관심은 서울시장 선거다. 3선을 노리는 박원순 민주당 후보에 맞서 군불을 떼온 김문수 한국당 후보와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의 최종 선택이 주목된다. 8, 9일 진행되는 사전 투표에 앞서 단일화에 합의한다면 현장에서 발급되는 선거용지에 후보 사퇴로 표기되기 때문이다. 반면 13일 사용될 선거용지는 인쇄가 끝난 만큼 사전 투표를 넘기면 단일화 효과는 사라진다. 물론 양 후보는 모두 선거 완주를 강조하고 있어 실현될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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