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시민단체 회원들이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나체 사진을 자유롭게 게시할 권리를 주장하며 상의탈의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들 퍼포먼스를 즉시 저지한 경찰은 공연음란죄 적용이 가능한지 등을 따져본 뒤 처벌을 검토하겠단 입장이다.
시민단체 불꽃페미액션 회원 10여명은 2일 오후 1시 강남구 역삼동 페이스북코리아 사옥 앞에서 여성의 반라 사진을 삭제하는 이 회사 규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한 뒤 상의탈의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지난달 말 열린 ‘월경 페스티벌’ 행사 당시 찍은 상의탈이 사진을 29일 페이스북에 게시했으나, 페이스북이 이를 삭제하고 ‘나체 이미지 또는 성적 행위에 관한 규정을 위반했다’며 계정 정지 처분을 내린 데 따른 반발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페이스북이 여성 나체는 음란물로 규정하면서 남성 나체 사진은 삭제하지 않는 것은 차별”이라며 여성 나체사진 게시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 이들은, 마스크와 선글라스 등으로 얼굴을 가린 뒤 자신의 몸에 한 글자씩을 새겨 ‘내 몸은 음란물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수서경찰서는 이날 집회가 끝난 뒤 이 단체 회원 10명을 공연음란 혐의로 체포하겠다고 밝혔으나, 회원들이 “운동장과 거리 등 일상에서 윗옷을 벗고 활보하는 남성들은 잡아가지 않으면서 왜 우리만 잡아가려 하느냐“고 강력 반발하자 참가자들의 신원을 확보한 뒤 훈방 조치했다. 경찰은 면밀한 법리 검토 후 이들을 소환 조사 할 지 결정하겠단 입장이다.
이를 지켜본 시민들 의견도 분분했다. 집회 현장을 지나던 남성 유모(39)씨는 “집회 참가자들 주장도 일리는 있지만, 약속된 사회적 규범을 거스르는 퍼포먼스 같다”며 “의사표현을 할 수 있는 다른 방법도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이날 경북 경주에서 서울에 왔다가 집회를 목격했다는 50대 여성 김모씨는 “성별을 불문하고 태어났을 때부터 부여 받은 신체 노출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공평해질 때가 됐다”며 “여성단체의 용기 있는 행동에 놀랐다”고 했다. 다만 김씨도 “(상의탈의 퍼포먼스를)지나가는 사람들이 봤을 때 상당수가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며 “사회적 동의에 어긋난 노출 행위는 의사전달에 부정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