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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 세포로 ‘인공 간’ 만들어 이식 수술… 멀지 않았다”

입력
2018.06.04 23: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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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호 한양대병원 간담췌외과 교수

# 간 줄기세포가 계속 분화하게

세계 최초로 방법 개발

3D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간 모양도 마음대로 만들어

# 간 이식 새 수술법 시도

수혈 거부 환자에 무수혈 수술

우리나라 간암 사망률이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1위다. 간암 환자의 85%는 만성 BㆍC형 간염에 의해 발병한다. 간질환의 직접 의료비는 연간 1조3,359억원이다. 간접 비용까지 합하면 5조7,000억원이다. 개인이나 국가에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말기 간질환이나 간암으로 간이식을 하려 해도 간이식 대기자보다 간기증자가 턱없이 적어 6개월 이상 기다려야 하고, 간이식을 해도 면역억제제를 평생 먹어야 한다.

그런데 최동호 한양대병원 간담췌외과 교수(HY인당 재생의학줄기세포연구센터장)가 자가 간세포를 이용한 간줄기세포를 지속적으로 분화하는 방법을 개발하는 성과를 내놨다. 인공 간 모양도 3D 프린팅 기술로 원하는 형태로 만들 수 있어 간이식이 필요한 환자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 최 교수에게 간질환에 대해 물었다.

-간염ㆍ간암 등 간질환이 우리나라에서 유독 많은데.

“간암은 만성 간염(BㆍC형), 알코올성 간염에 의한 간경화 환자에서 대부분 발생한다. 전에는 B형 간염이 많았지만 예방교육과 접종이 제대로 이뤄지면서 크게 줄었다. 하지만 여전히 선진국보다 유병률이 높은 편이다.

B형 간염의 가장 큰 원인이었던 수직감염(산모에게서 아기에게 전달되는 감염)은 임신부가 산전 검사를 통해 자녀에게 면역글로블린과 예방접종을 해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B형 간염 항원(HBsAg)을 가진 임신부가 낳은 아이 가운데 65~93%가 감염되고 감염 이후 90%가 만성화된다. 하지만 출생아에게 B형 간염 백신만 접종해도 75~80%가 예방된다. B형 간염 면역글로블린과 같이 예방접종하면 95%까지 예방할 수 있다. 예방접종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C형 간염은 C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의 혈액이나 체액이 정상인의 상처나 점막을 통해 전염되고 만성화되기 쉽다. 급성 C형 간염 환자의 70~80%가 만성 간염으로 악화된다. 이 가운데 30~40%는 간경화와 간암으로 이어진다. 최근 서구를 중심으로 지방간에 의한 간암이 늘어나 다각적인 관리가 중요하다.”

-다른 암도 그렇지만 특히 간암 진단이 어려운데.

“결론적으로 정기검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간에 어떤 증상이 나타났을 때에는 이미 늦은 경우가 많아서다. 간은 ‘침묵의 장기’다. 간염ㆍ간경화ㆍ간암으로 생기는 증상은 간 기능에 한계에 왔거나, 합병증이 생겼을 때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증상 발현이 됐으면 이미 거의 중증 이상이다.

급성 염증이 동반되는 간질환을 제외하고 간암을 포함한 만성 간질환은 초기엔 거의 증상이 없다. 상당히 악화된 뒤에야 무기력과 피로감, 상복부 불쾌감, 오심, 구토, 이유 없는 체중 감소 등이 생긴다. 일반인도 흔히 알아볼 수 있는 피부나 눈 밑이 노랗게 변하는 황달이나 복부 팽만감을 동반한 복수가 생겼을 때는 간암이나 만성 간경화 등으로 거의 상당히 악화됐을 때다.

연구에 따르면 고위험군인 사람이 정기검진을 했을 때 간암 환자의 60%는 증상이 거의 없는 1기에서 간암을 진단했다. 하지만 정기검진을 하지 않으면서 간암 환자는 63%가 간암 3기였다. 정기 검진이 조기 검진과 치료에 얼마나 중요하고 효율적인지 잘 보여준다.”

-인공 간 연구를 선도적으로 이끌고 있는데.

“인공 간을 만들려는 기존 연구는 배아줄기세포(ES)나 유도만능줄기세포(iPS)로 만드는데 주력해 왔다. 하지만 이들 세포는 기능이 떨어질 뿐 아니라 윤리문제도 자유롭지 못하다. 간세포는 밖으로 꺼내면 분화하지 못하고 사멸된다. 하지만 20년 가까이 인공 간 개발을 연구해온 결과, 세계 최초로 간줄기세포가 지속적으로 분화하는 방법을 개발해냈다. 조만간 관련 논문과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 상용화될 것으로 믿는다.

그런데 간줄기세포가 지속적으로 분화해도 특정 형태를 가질 수 없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한양대 공대와 협업해 3D 프린팅 기법을 접목해 원하는 간 모양을 자유자재로 만들 수 있게 됐다. 자가유래 간세포로 인공 간을 만들면 효과가 좋고 간질환 치료에 앞서 테스트도 가능하다. 환자 자신의 간세포에 효과가 잘 나타나는 약을 미리 알아낼 수 있게 된 것이다.”

-간이식수술이 대형병원으로 쏠리고 있는데.

“현재 간이식 수술의 절반 이상을 대형병원이 할 정도로 쏠림 현상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인력과 자본이 더 모여 있는 이유이기도 하지만 간이식은 수술 숫자보다 다른 간이식센터와 차별화된 패러다임을 찾는 게 더 중요하다. 한양대병원 간이식센터는 새로운 시술법과 치료법을 개발하고 오랜 환자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

특히, 간이식 컨퍼런스를 정기적으로 개최하는데 내과ㆍ외과뿐만 아니라 영상의학과, 마취과, 병리과, 수술실 간호팀, 중환자실 간호팀, 병실 간호팀, 재생의학연구소 연구진 등 20여명의 의료진이 참여한다. 이러한 활발한 다학제 진료 및 모임을 통해, 진료와 치료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불필요한 과정 및 오류를 최소화하고 있다. 나아가 다른 센터에서 잘 하지 못하는 새로운 치료법을 시도할 수 있다. 특히 개인 신념 등을 이유로 수혈을 거부하는 환자에게 무수혈 간수술도 시행하고 있다. 무수혈로 수술을 하면 환자가 수혈 수술 때보다 75%까지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최동호 한양대병원 간담췌외과 교수는 “간암 등은 이식이 가장 좋은 치료법인데, 자가 세포에서 유래된 인공 간을 만들어 환자에게 이식할 날이 그리 멀지 않았다”고 했다. 한양대병원 제공
최동호 한양대병원 간담췌외과 교수는 “간암 등은 이식이 가장 좋은 치료법인데, 자가 세포에서 유래된 인공 간을 만들어 환자에게 이식할 날이 그리 멀지 않았다”고 했다. 한양대병원 제공
최동호 한양대병원 간담췌외과 교수. 한양대병원 제공
최동호 한양대병원 간담췌외과 교수. 한양대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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