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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모래성 수비’면 스웨덴전은 ‘필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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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모래성 수비’면 스웨덴전은 ‘필패’

입력
2018.06.01 22:01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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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대한민국 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평가전 전반전에서 이재성이 동점골을 넣고 있다. 전주=류효진기자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대한민국 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평가전 전반전에서 이재성이 동점골을 넣고 있다. 전주=류효진기자

가운데서 넘어온 땅볼 패스를 이재성(26ㆍ전북)이 받는 척 하며 재빨리 돌아 들어갔다. 황희찬(22ㆍ잘츠부르크)이 자로 잰 듯 정확한 타이밍으로 가볍게 내준 볼을 다시 받은 이재성은 상대 수비 태클을 피한 뒤 절묘한 칩 샷으로 골 망을 갈랐다. 약 보름 후 열릴 2018 러시아월드컵 1차전 스웨덴(한국시간 6월 18일 오후 9시)과의 경기에서 꼭 봤으면 하는 멋진 득점이었다.

신태용(49)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 평가전에서 1-3으로 무릎을 꿇었다. 출정식을 겸한 마지막 평가전에서 패한 한국은 찜찜한 마음으로 러시아로 향하게 됐다.

‘아킬레스건’은 역시 수비였다. 신태용호는 이날 에딘 제코, 미랄렌 피야니치 등 나름 정예 멤버로 나온 보스니아를 상대로 꽤 대등하게 맞섰다. 그러나 상대 패스 한 방에 속절없이 허물어지는 ‘모래성 수비’의 문제점이 그대로 노출됐다.

신 감독은 예상대로 중앙 수비를 3명 세우는 스리백을 가동했다. 투톱 공격수에 손흥민(26ㆍ토트넘)과 황희찬을 내세웠다. 이재성이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하고, 중앙 미드필더 구자철(29ㆍ아우크스부르크)과 정우영(29ㆍ비셀 고베)이 뒤를 받쳤다. 공격과 수비에 활발하게 가담할 양쪽 윙백으로는 김민우(28ㆍ상주)와 이용(30ㆍ전북)이 낙점됐다.

스리백은 오반석(30ㆍ제주) 기성용(29ㆍ스완지시티) 윤영선(30ㆍ성남)이었다. 중앙 미드필더 기성용을 스리백의 중앙에 세우는 파격적인 전술이 눈에 띄었다. 기성용에게 수비 진영과 미드필드 진영을 오가는 포어 리베로(fore libero) 역할을 맡기는 작전이었다. 볼 간수 능력이 좋은 기성용을 활용해 수비 안정을 꾀하고 기성용이 공격에 가담할 땐 양쪽 윙백이 아래로 처져 포백(중앙 수비 두명)과 비슷한 구성을 유지하는 포메이션이다. 기성용이 스리백의 가운데 수비수로 나서는 건 처음이 아니다. 2014년 9월 세계 6위 우루과이에 0-1로 졌는데, 임시로 지휘봉을 잡고 있던 당시 신태용 코치가 비슷한 작전을 내세워 합격점을 받았다.

그러나 이런 변칙 작전도 해법이 아니었다. 전반 27분 보스니아 엘다르 치비치가 역습 상황에서 왼쪽에서 크로스를 올리자 제코가 헤딩을 시도했다. 머리를 스치지 않고 뒤쪽으로 흘렀고, 김민우가 멈칫하며 놓친 사이 도사리고 있던 에딘 비슈차가 강한 오른발 슈팅으로 왼쪽 골문을 꿰뚫었다. 실점 2분 뒤 이재성의 동점골이 터지며 다시 흐름을 가져오나 싶었지만 전반 종료 직전 롱패스 한 방에 또 당했다. 하리스 둘레비치의 긴 패스가 정확히 비슈차에게 배달됐고 그는 아무런 수비 방해 없이 날카로운 오른발 슈팅으로 한국 골문을 또 흔들었다. 후반 34분에도 또 다시 비슈차에게 실점해 그에게 해트트릭을 허용하는 굴욕을 맛봤다.

신태용 감독이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평가전에서 손흥민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전주=류효진기자
신태용 감독이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평가전에서 손흥민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전주=류효진기자

보스니아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41위(한국은 61위)의 강호로 유럽 예선에서 아쉽게 본선에 진출하지 못한 팀이다. 그러나 한국이 월드컵에서 만날 스웨덴은 분명 보스니아보다 한 수 위다. 스웨덴 수비는 보스니아보다 강하고 역습도 훨씬 예리하다고 봐야 한다. 한국이 손흥민이나 황희찬, 이재성 등을 앞세워 아무리 짜임새 있는 공격력을 보여준다 한들 본선에서 이날 같은 수비를 펼치면 스웨덴에 ‘필패’라 봐도 무방하다.

물론 이날 수비가 한국의 정예 멤버는 아니었다. 장현수(27ㆍFC도쿄)는 부상 후유증과 컨디션 조절로 빠졌고 김영권(28ㆍ광저우)도 벤치를 지켰다. 그러나 두 선수가 가세한다고 큰 변화가 생길 거라고 기대하는 것도 무리다. 신 감독은 누차 지적된 ‘수비 불안’에 대한 해법을 찾지 못한 채 고민을 한 가득 안고 먼 길을 떠나게 됐다.

한편, ‘주장’ 기성용은 보스니아전을 통해 한국 축구 역사상 14번째로 센추리 클럽(A매치 100경기 출전)에 가입했다.

경기 뒤 4만 명이 넘는 관중 앞에서 출정식을 치른 대표팀은 3일 사전 캠프 장소인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로 출국한다. 신 감독은 현재 소집된 26명 중 3명을 추려 2일 23명의 최종 명단을 발표한다. 부상으로 지금까지 아예 훈련을 못한 김진수(26ㆍ전북)의 낙마가 사실상 확정된 가운데 수비수 오반석과 김민우, 홍철(28ㆍ상주), 중앙 미드필더 주세종(28ㆍ안산), 측면 공격수 문선민(24ㆍ인천) 중 2명이 탈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주=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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