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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어머니회ㆍ모범운전자회ㆍ새마을교통봉사대 등
내 가족 안전 지킨다는 생각으로
이기적 교통문화 개선에 밤낮 구슬땀
“아이들이 안전하게 횡단보도를 건널 수 있도록 차량을 세우면 ‘빨리 좀 가자’며 짜증을 내는 운전자들이 간혹 있다. 내 가족, 내 아이의 안전을 지키는 일인데 배려라곤 전혀 없는 것 같아 속상하다.” 지난달 25일 아침 등교 행렬이 이어지는 서울 중구 청구초등학교 앞에서 이 학교 녹색어머니회 회장 김애란(48)씨가 말했다.
교통약자인 어린이들 앞에서조차 배려와 존중이 사라진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학교 앞은 제한속도 시속 30㎞의 서행 구간인데도 이를 무시하고 속도를 내거나 보도를 침범한 불법주차 차량도 적지 않게 눈에 띄었다. 특히, 차량이 보도를 막고 있는 경우 아이들은 차도로 나와 걸어야 해서 김씨를 비롯한 녹색어머니회 회원들은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한 회원은 “불법주차된 차량을 이동해 달라 부탁하면 ‘당신이 뭔데 빼라 말라 하느냐’며 화부터 내는 운전자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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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약자 보호는 국민 뭉쳐야 가능”
도로교통공단, 봉사자 격려ㆍ응원
가장 안전해야 할 학교 앞에서 사고 위험이 사라지지 않는 데는 교통안전에 대한 운전자들의 인식이 부족한 탓이 크다. 통계 수치에서도 이 같은 문제점은 확연히 드러난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발생한 법규 위반 사고 중 56.3%가 운전 중 휴대전화를 사용하거나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는 등 안전운전 의무를 무시한 사고였다.
신호위반 사고도 11.3%로 뒤를 이었는데, ‘나부터 가고 보자’는 이기심에서 비롯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복잡한 교차로에서 교통정리 봉사를 하는 모범운전자들은 “사고를 줄이려면 도로환경 개선이나 법규 강화도 좋지만 자기만 아는 이기적인 교통문화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5월 31일 오후 서울 사당역 네거리에서 교통경찰 보조 근무에 나선 모범운전자 김광삼(64)씨는 “요즘엔 대부분 수신호를 잘 지키는 편인데 일부 운전자는 정지 신호마저 무시하고 막 달린다”며 “이럴 땐 미세먼지와 매연을 뒤집어쓰고 봉사하는 보람마저 사라지는 느낌”이라고 했다. 30년간 교통안전 캠페인 등 교통 관련 봉사활동을 해 온 유상학(61) 새마을교통봉사대 중앙대장은 “교통 문화 개선을 위해선 내 가족의 안전을 지킨다는 생각으로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로교통공단은 지난달 29일 배려와 존중의 교통 문화 정착을 위해 전국 각지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시민단체와 일반인들을 초청해 ‘2018 교통사고 줄이기 한마음대회’를 열었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이날 행사에서 녹색어머니회와 모범운전자회, 새마을교통봉사대 소속 회원들에 대한 포상과 함께 각종 교통안전체험 이벤트가 펼쳐졌다.
윤종기 도로교통공단 이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교통 선진국을 이루기 위해서는 모든 국민이 한마음으로 뭉쳐 교통사고 줄이기에 나서야 한다”며 “특히, 어린이와 고령 운전자를 비롯한 교통 약자를 보호하고 배려하는 ‘도로 위의 존중문화’를 확산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주성기자 poe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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