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제약업계가 신약 개발 등에서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면역세포치료제는 달라요. 바이오ㆍ제약업계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세포기반 면역치료제 개발협의체’의 초대 회장을 맡은 이득주(59) GC녹십자셀 대표는 면역세포치료제의 미래에 대해 확신에 차 있었다. 면역세포치료제를 개발ㆍ생산하는 국내 바이오ㆍ제약업체들로 구성된 이 협의체는 이달 내 발기인 대회를 열고 협의체 발족을 공식 선언한다. 발기인대회에는 GC녹십자셀, 바이로메드, 셀리드, JW크레아젠, 밀테니바이오 등 30여개 업체들이 참가한다. 지난 1일 서울 금천구 GC녹십자셀 본사 회의실에서 만난 이 회장은 “가장 보수적인 바이오 제약업체들이 자발적으로 협의체를 만든 것 자체가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면역세포는 인체 내로 유입된 이물질과 바이러스 중 암으로 발전될 수 있는 비정상세포들을 끊임없이 공격해 암에 걸리지 않게 한다. 하지만 면역세포 개체 수가 줄거나 암세포를 공격할 수 없을 정도로 기능이 떨어지면 암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붕괴된 면역세포 시스템을 재구축해 암세포의 사멸을 돕는 자가면역치료법을 개발하는 게 이 협의체의 목표다.
이 대표는 “과거 항암제는 암세포는 물론이고 암세포 주위에 있는 정상세포까지 죽여 문제였다”며 “개개인의 암 종양 상태 및 면역세포의 활성화 정도에 맞춰 면역세포의 활성화를 돕거나 외부배양 후 주입하는 방식을 통해 자가면역세포가 암세포와 대항해 싸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면역세포치료”라고 설명했다.
바이오제약업체들이 전격적으로 협의체 구성에 동의한 것은 GC녹십자셀의 성공이 영향을 미쳤다. GC녹십자셀은 2002년 자체적으로 세포치료제 개발에 착수, 2007년 세계 최초로 간암에 대한 항암 면역세포제인 ‘이뮨셀-엘씨(Immuncell-LC)를 출시했다. 이뮨셀-엘씨는 자기유래 활성화 림프구를 주성분으로 한 면역세포치료제로 간암 환자의 미세 잔존암 제거 및 재발을 방지한다. 환자의 면역세포로 만들어져 부작용이 거의 없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2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며 “면역세포치료제 개발에 반신반의하던 업체들이 GC녹십자셀의 성공에 고무돼 면역세포치료제 시장에 가세하고 있는데, 더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연구개발을 위해 업체들이 힘을 합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가 내놓는 전망은 매우 밝다. 그는 “국내 제약사들의 기술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정부에서 면역세포치료제 개발에 관심을 갖고 연구, 임상시험 등을 지원하면 10년 내 국내업체들이 세계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룰 것”이라며 “간암과 췌장암 유방암 자궁경부암은 물론 류마티스관절염 아토피 크론병 등 염증으로 발생하는 모든 질환을 우리 손으로 치료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치중 기자 cjkim@hank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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