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가 브랜드의 스테디 셀링 모델이자 미국 시장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중형 세단 중 하나인 어코드의 신형 모델, ‘10세대 어코드’가 지난 5월 중순, 국내 시장에 공식 출시되었다.
새로운 어코드는 1.5L 터보 사양부터 2.0L 터보 스포츠 그리고 하이브리드 사양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마련했고 한층 더 높아진 완성도와 더욱 역동적으로 변한 감성을 앞세워 국내 시장에 어필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그리고 5월 말, 혼다 코리아는 국내 미디어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어코드의 미디어 시승 행사를 개최했다. 과연 어코드는 어떤 매력을 과시할까?
경기도 동부에서 펼쳐진 어코드 시승
이번 시승 행사의 코스는 경기도 양평의 현대 블룸비스타를 시작점으로 하여 경기도 이천의 카페, 테이크 그린을 왕복하는 것으로 구성되었다. 왕복으로 약 90km에 이르는 구간이지만 시승 차량을 2인 1조로 시승했기 때문에 기자 개인에게 주어진 주행 거리는 약 45km 남짓한 구간이었다. 대신 45km의 거리 속에 도심과 고속도로를 연이어 경험할 수 있게 했다.
어코드, 젊어진 감성을 더하다
9세대 어코드의 페이스 리프트 모델은 혼다의 ‘익스트림 H’ 디자인을 강조하며 한층 역동적이고 젊은 느낌을 드러냈던 차량이다. 그리고 이번 10세대 어코드는 그러한 기존을 그대로 계승하며 더욱 세련되면서도 젊은 세단을 드러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실제 차량의 디자인을 보고 있으면 어코드라는 느낌보다는 시빅의 이미지가 더 강하게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큰 시빅’이라는 표현을 해도 무방하게 느껴질 정도다.
혼다 고유의 프론트 그릴과 더숙 선명해진 헤드라이트 유닛이 강조된 모습은 긍정적이지만 다만 이로 인해 차량의 전폭이 다소 좁게 느껴져 아쉬운 부분이다. 이에 신형 어코드는 4,890mm의 전장과 1,860mm의 전폭 그리고 각각 1,450mm와 2,830mm의 휠베이스를 보유함에도 불구하고 탄탄하게 다듬어진 느낌이 든다.
대신 측면과 후면은 강점이 무척 강조되는 느낌이다. 먼저 측면의 경우에는 패스트 백 스타일로 디자인한 루프 라인과 프론트 보닛부터 후면 범퍼 부근까지 길게 이어지는 라인 처리를 통해 세련되면서도 우수한 비례감을 완성했다. 여기에 19인치 알로이 휠이나 차체 하단의 크롬 라인 또한 만족스럽다.
후면 디자인은 시빅에 이어 신형 어코드 역시 역동성에 초점을 맞췄음을 명시한다. 시빅에서 보았던 것과는 일치된 건 아니지만 C 형태의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와 단단한 느낌이 드는 트렁크 게이트 및 후면 범퍼의 조율이 돋보이며 터보 엔진을 탑재한 모델답게 듀얼 머플러 팁을 적용해 차량의 성격을 명확히 드러낸다.
깔끔하게 다듬어진 실내 공간
어코드의 실내 공간은 말 그대로 깔끔해졌고, 이전의 어코드 대비 고급스러운 느낌이 돋보였다. 구성을 본다면 좌우대칭의 레이아웃을 그대로 활용하고 하나의 디스플레이 패널을 센터페시아 상단에 배치해 균형감을 맞췄다.
여기에 세련된 스타일로 마무리된 스티어링 휠이 자리해 전체적인 균형을 맞췄다. 참고로 센터 터널에는 버튼식 기어 쉬프트 시스템을 적용해 실내 공간의 개방감을 한층 강조한 모습이다. 이와 함께 계기판은 고해상도 디스플레이 패널을 적용해 시인성을 높였고, 뛰어난 한글화로 정보전달 능력을 높였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먼저 스티어링 휠에 적용된 버튼이 지나치게 많은 편이라 적응이 될 때까지는 조작에 있어 다소 혼선이 있다는 것이며 센터페시아 위쪽에 자리한 디스플레이 패널 주변의 버튼은 다소 어색하게 돌출되어 있는 것이 아쉬웠다.
공간적으로 본다면 의심할 필요가 없다. 미국 시장을 고려한 차량의 특성 때문인지 1열 시트는 체격을 가리지 않고 안락함을 제공한다. 여기에 넉넉한 레그룸과 헤드룸을 통해 세단이 갖춰야 할 여유를 제대로 드러낸다. 다만 천공 가죽 시트 임에도 불구하고 히팅 기능만 갖춘 점은 내심 아쉬운 부분이었다.
2열 공간은 차량이 가진 휠베이스를 최대한 활용한 모습이다. 덕분에 키가 180cm이 넘는 성인 남성이 앉더라도 여유를 느낄 수 있는 레그룸이 돋보인다. 여기에 2열 시트의 크기나 구성, 그리고 쿠션감도 좋은 편이었다. 다만 패스트백 스타일의 루프 라인 때문인지 헤드룸은 조금 협소하게 느껴졌다.
혼다 어코드는 전통적으로 넉넉한 적재 공간을 갖춰왔다. 그리고 이번 10세대의 경우에도 중형세단으로는 충분히 넉넉한 473L의 적재 공간을 확보했다. 게다가 트렁크 게이트의 형태도 큼직한 편이라 부피가 큰 짐도 쉽게 적재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2열 시트를 6:4 비율로 폴딩할 수 있어 상황에 따라 더 넉넉한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보닛 아래 자리한 강력한 심장
혼다 어코드의 매끄러운 보닛 아래에는 강력한 출력을 자랑하는 2.0L 터보 엔진이 자리한다. 최고 출력 256마력과 37.7kg.m의 토크를 자랑하는 2.0L VTEC 터보 엔진은 새로운 10단 자동 변속기와 조화를 이뤄 전륜으로 출력을 전달한다.
이를 통해 강력하면서도 매끄러운 가속 성능, 그리고 최대 210km/h에 이르는 최고 속도를 자랑한다.(전자제어) 한편 공인 연비는 복합 기준 10.8km/L이며 도심과 고속 연비가 각각 9.3km/L와 13.5km/L로 준수하다.
완성도로 어코드를 뛰어넘는 어코드
젊은 감성을 온 몸으로 드러내는 어코드의 도어를 열고 시트에 몸을 맡기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넓은 시야다. 전방 시야는 물론이고 측면과 아웃사이드 미러로 보이는 시야까지 상당히 넓은 편이라 그 만족감이 우수했다. 게다가 우측 방향지등을 켰을 때에는 레인 워치 카메라가 작동하여 우측 차선의 상황을 투영해 보다 안전한 주행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시동을 걸면 스티어링 휠 넘어로 2.0L 터보 엔진의 존재감이 느껴진다.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선보인 유수의 2.0L 터보 엔진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출력은 물론이고, 혼다가 자랑하는 V6 엔진을 대체하는 이 엔진은 신형 어코드의 핵심이자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것 같았다.
센터 터널의 버튼식 기어 쉬프트 시스템을 통해 기어를 바꾸고 본격적인 주행에 나서며 엑셀레이퍼 페달을 밟았다. 풍부한 출력이 부드럽게 전해지며 빠른 속고 가속하기 시작했다. 기본적인 출력이 우수한 덕에 어떤 상황에서도 만족스러운 가속력과 펀치감을 느낄 수 있는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엔진의 질감도 정말 우수한 편. 스포츠 모드를 바꿨을 때 배기음의 볼륨감이 상당히 풍성해져서 달리는 즐거움을 살려주는 모습이다. 참고로 ECON의 경우 엑셀레이터 조작에 따른 반응이 다소 여유로운 것은 느껴지지만 그렇다고 답답하게 느껴지지 않아 일상 주행에서 주행 모드의 차이로 인한 스트레스는 전혀 없을 것 같다.
덧붙여 변속기는 무척 똑똑한 모습이다. 주행 모드를 달리하며 급가속, 정속, 그리고 수동 변속 등을 테스트 해보았는데 상황에 따라 가장 합리적인 기어를 빠르고, 정확하게 선택하고 이를 매끄럽게 이어가는 모습이다. 특히 스포츠 모드의 급가속 고속 영역까지 변속을 최소로 줄이는 모습이었고 노멀, ECON 모드에서는 90km/h를 조금만 넘겨도 10단을 물리며 최적의 드라이빙을 구현했다.
변속기 자체로도 만족스럽다. 10단 변속기는 저속부터 꾸준히 변속에 개입하며 차량이 낮은 RPM을 유지하며 주행을 이어갈 수 있도록 뒷받침했다. 게다가 다운 쉬프팅이 아인 상황이라면 변속이 되었다는 걸 눈치 못 챌 정도로 부드럽고 깔끔한 변속을 자랑한다. 다만 스포츠 모드에서 수동 변속을 하여 수동 변속 모드로 전환했을 때 다시 자동 변속 모드로 돌리는 방법이 주행 모드 변경 정도라 마땅치 않은 점이 아쉬웠다.
여기에 브레이크는 부드럽게 제동력을 전개하면서도 출력을 효과적으로 제어하며 운전자에게 언제든 자신 있게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도 된다는 자신감을 부여한다. 특히 급제동 시에도 차량의 밸런스가 무너지지 않고 진행 방향을 그대로 유지하여 안정감을 느낄 수 있어 그 만족감이 정말 우수했다.
한편 주행 모드의 사용에 있어서는 독특한 제약이 있었다. 차량에 일정 이상의 G값이 더해질 경우 주행 모드의 변경이 제한되는 점이었다. 실제 차선을 바꾸는 도중이나 고속도로의 램프를 돌아 나갈 때 주행 모드 변경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계기판의 문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부분은 탑승자를 보다 적극적으로 보호하려는 의지로 판단되었다.
차량의 움직임에 있어서는 기존의 혼다의 감성보다는 한층 고급스럽고 무게감이 더해진 모습이었다. 조향 자체의 무게감도 기존의 어코드 대비 소폭 무거워진 느낌이 들었으며 스포츠 모드 시에는 묵직함이 느껴질 정도다. 조향에 따라 경쾌하게 움직이던 반응도 한층 묵직하게 변하며 마치 독일에서 온 프리미엄 세단들을 체취가 느껴지기도 했다.
시승 차량에는 19인치 휠과 타이어가 장착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으로 노면의 충격을 적극적으로 걸러내며 부드러운 편안한 감성을 느낄 수 있었다. 다만 순간적으로 큰 충격이 들어올 때는 순간적으로 탄탄한 일체감으로 대응하는 모습이었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한층 견고하게 반응하여 차량의 롤을 억제해 스포티한 감성을 한껏 강조한다.
한편 안전 기능 등은 경고 알람을 큰 소리로 알리기 보다는 디스플레이에 큼직한 경고 화면을 띄우는 것으로 대신했다. 이 부분에서는 소리를 통한 알림도 더해졌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이번 시승에서는 차량의 효율성을 비롯해 일부 기능 등을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이는 추후 시승에서 다시 한 번 세세히 확인하기로 했다.
좋은점: 주행, 승차감, 실내 공간 등 전 부분에서 이뤄진 개선
아쉬운점: 통풍 시트의 부재
어코드를 뛰어 넘은 어코드
과거 ‘어코드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유’라는 기사를 쓴 기억이 있다. 9세대 어코드는 매력적이었고 주행 전반에 걸쳐 높은 만족감을 선사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2018년, 혼다는 그 어코드를 극복하고 뛰어 넘은 새로운 어코드를 선보였다.
새로운 어코드는 완벽한 차량이라 말할 수는 없어도 시승 하는 내내 감탄사와 함께 머리 속에서 차량 가격과 구매 프로그램 등을 떠올리게 만드는 그런 차량이었다.
한국일보 모클팀 –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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