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차 부품 업계의 인물로 자동차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열정을 가진 오경석 객원기자가 2.0L 트윈스크롤 터보 엔진을 탑재한 캐딜락의 플래그십 세단, 캐딜락 CT6 터보와 만났다.
지난 겨울 캐딜락 CT6는 물론이고 XT5에도 좋은 평가를 내렸던 오경석 객원기자는 과연 캐딜락 CT6 터보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릴까? 화창한 주말 오후, 오경석 객원기자와 함께 CT6 터보의 주행에 나섰다.
*아래는 오경석 객원기자의 녹취를 기반으로 각색하였습니다.

우연이 계속되는 GM의 인연
본격적인 평가에 앞서 솔직히 말해 제가 GM에서 퇴사한 후로 이렇게 많은 GM 차량을 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오죽하면 최근에 같이 GM에 근무했던 다른 사람들이 연락이 올 정도였죠. 어쨌든, 다시 한 번 캐딜락을 통해 GM의 차량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다만 놀라운 점이 있다면 제가 GM을 다닐 때에도 캐딜락은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춘 차량이었다고는 하지만 부족한 부분이 제법 많이 보였던 차량이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캐딜락을 다시 만나게 된 2017년 그리고 2018년의 캐딜락은 정말 매력적인 존재가 되어 있다는 것이죠.

이견이 없는 플래그십, CT6 터보
캐딜락 CT6 터보의 외형은 말 그대로 이견이 없는 모습입니다.
캐딜락 CT6 터보는 말 그대로 매력적인 체격과 캐딜락 고유의 강렬한 디자인으로 완성된 차량으로서 뛰어난 매력을 보유하고 있는 차량입니다. 정말 볼 때 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이렇게 거대한 크기에도 불구하고 날렵한 라인과 스포티한 감성을 연출할 수 있는 캐딜락의 디자이너들은 브랜드의 재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강인하고 전통적인 전면 디자인에 이어 드러나는 측면과 후면 디자인은 플래그십 세단의 존재감을 완성합니다. 5,185mm의 긴 전장이나 3,109mm의 긴 휠베이스가 바로 그 핵심이죠. 게다가 이 긴 차체를 매끄럽고 세련되게 다듬은 루프 실루엣 및 도어 패널 하단의 가니시 등도 아주 적절한 디자인 요소라 평가할 수 있습니다.
다시 한 번 캐딜락의 아이덴티티를 명확히 드러내는 세로형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와 캐딜락 엠블럼을 본 딴 것 같은 트렁크 게이트로 구성된 후면 디자인이 캐딜락의 이미지를 강조합니다. 한편 범퍼 하단에는 조수석 쪽으로만 듀얼 머플러 팁이 자리하는데 시각적으로 만족감이 우수한 편이라 '엔트리 모델'이라고 느껴지진 않습니다.

UX의 아쉬움은 존재하는 CT6 터보
캐딜락 CT6 터보의 실내 공간을 보고 있으면 '아직 캐딜락이 글로벌 시장을 위한 완벽한 차량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라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실제 일부 UX 부분에서는 너무 투박하고, 미국 중심의 정서가 담겨 있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죠.
하지만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의 구성, 디스플레이 패널의 만족감이나 기능적인 부분은 물론이고 스티어링 휠과 각종 요소들의 디자인 등에 있어서는 확실히 브랜드의 플래그십 세단으로서 많은 고민이 담겨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 100% 만족할 수는 없겠지만 가격까지 고려한다면 만족스러울 수 밖에 없죠.

넓은 공간이 연출하는 여유
물론 캐딜락 CT6 터보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플래그십 세단이라는 공간의 여유 입니다. 긴 휠베이스 덕분에 2열 공간이 정말 넓고 편안하기 때문이죠. 등받이 시트가 조금 더 누워있었다면 더 편하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기본적인 시트의 착좌감도 좋고 차양막 및 2열 시트 중앙의 파워아웃렛 및 USB 포트 등 다양한 요소들이 만족감을 높입니다.
게다가 1열 공간도 매력적이죠. 플래그십 세단이라고는 하지만 운전자는 마치 스포츠카에 탄 느낌이 들고 낮은 시트 포지션을 기반으로 만족감을 높이죠. 다만 1열 시트의 형태가 다소 평평한 편이라서 개인적으로는 조금 더 운전자를 홀딩할 수 있는 시트로 변경되었으면 합니다.

쇼퍼 스포츠 세단, 조금 더 오너에게 다가서다
CT6 터보의 움직임은 어땠을까요? 제 기억을 되돌려 캐딜락 CT6 프리미엄을 통해 CT6를 처음 만난 순간이 떠올려 봅니다. 당시에 저는 CT6를 운전자가 스포츠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으면서도 또 2열의 탑승자는 편안함과 함께 스포티한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쇼퍼 스포츠'라는 표현을 썼죠. 그런데 이번에 만난 CT6 터보는 그 무게 추를 운전자 쪽으로 조금 기울인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번에 시승을 하며 CT6 프리미엄을 직접 비교할 수는 없었지만 아마 그런 느낌이라 생각됩니다.

캐딜락 CT6 터보의 보닛 아래 자리한 2.0L 트윈스크롤 터보 엔진은 사실 GM이 작정하고 만든 엔진이고 그 때문에 캐딜락 라인업 대부분(ATS, CTS, XT5, CT6)은 물론이고 쉐보레 카마로, 말리부 및 뷰익 브랜드 등에서도 적극적으로 채용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 단점이라고 할 것이 많지 않은 엔진이죠. 먼저 출력이라고 한다면 269마력에 41.0kg.m의 토크도 상당히 우수한 편이라 어떤 상황에서도 만족스러운 가속력을 경험할 수 있죠. 반응이나 질감 전반적인 부분에서 정말 우수하고 AWD를 드러내며 얻은 가벼운 차체 덕분에 발진 가속에서도 큰 문제가 없죠. 게다가 날이 살아 있는 엔진 사운드도 어필 포인트 중 하나죠.
다만 터보 엔진이라는 구조 때문에 냉간 시에는 아무래도 전반적인 만족도가 조금 낮은 건 사실이죠.

변속기는 이미 다른 캐딜락, 그리고 CT6 프리미엄 등에서 경험했듯 아주 좋은 토크 컨버터 방식의 8단 자동 변속기입니다. 기본적인 변속 속도나 반응도 좋은 편이며 운전자의 의도도 잘 파악하는 매력이 있죠. 덕분에 특별히 드라이빙 모드를 바꾸지 않더라도 운전자가 즐길 수 있는 주행에 능숙히 대응하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만 아쉬운 건 저단에서 엑셀레이터에서 발을 떼는 순간 살짝 울컥거리는 느낌이 간간히 발생하더군요. 이는 반응성을 강조한 변속기들에게는 간혹 포착되는 현상이죠. 그렇기 때문에 차량의 결함이라 말하긴 어려운 건 사실이지만 캐딜락이라는 타이틀을 생각한다면 조금 더 다듬고 보완할 필요는 있다고 봅니다.

차량의 무게가 줄어들고 AWD 대신 후륜구동을 채택하게 된다면 가장 먼저 차량의 조향 감각에서 변화를 느끼게 됩니다. CT6 터보는 이러한 변화를 정확히 느낄 수 있습니다. 실제 스티어링 휠을 쥐고 조향을 할 때 한층 경쾌한 느낌이 들고, 또 차량의 전방 부분도 아주 가볍게 움직이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혹 후륜구동으로 변화되며 차량의 움직임에 있어서 아쉬운 점이 생길까 싶었지만 막상 CT6 터보의 움직임은 후륜구동의 특성을 잘 보여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루기 좋고 예측 가능한 움직임으로 운전자를 긴장시키지 않는 특성이 있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조율이 잘되었다고 할 수 있겠죠.

차량의 움직임은 정말 인상적이었죠.
CT6 고유의 풍부한 느낌이 돋보이면서도 조금 더 작은 차를 몰고 있는 경쾌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죠. 이는 역시 200kg에 육박하는 무게 차이에서 드러난 것이라 봅니다. 다만 하체의 움직임이 조금 더 커졌기 때문에 실내로 유입되는 충격은 조금 더 명확해진 느낌입니다.

다만 고속 주행 영역으로 접어들면 CT6 특유의 뛰어난 크루징 능력을 또 다시 느낄 수 있어 ‘역시 캐딜락’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죠. 여기에 제동 성능까지 정말 매력적이기 때문에 운전자가 차량을 믿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러한 스포티한 주행에서도 2열 탑승자는 언제나 편안하고 넉넉한 공간을 느낄 수 있으니, 본연의 역할도 충실한 것이죠.

확실한 무기를 가지고 있는 CT6 터보
캐딜락 CT6 터보는 정말 CT6 프리미엄 혹은 플래티넘 등과 같은 장소에서 개별 부품의 분류 번호를 하나하나 체크하면서 비교하고 살펴보고 싶을 정도로 정말 다른 차량으로 느껴졌습니다. 차량 자체로만 본다면 정말 좋은 차량이고 좋은 무기를 갖추고 있습니다. 덕분에 CT6 터보는 기존의 CT6 고객들과 또 다른 고객들을 노릴 수 있는 존재가 된 것 같아요.
다만 캐딜랏 CT6 터보는 타 모델과 1:1 경쟁 구도를 만들기 어려운 틈새 시장 차량이라는 것입니다. 늘 ‘틈새 시장’을 노리는 차량은 아무래도 시장의 규모를 폭발적으로 성장시킬 후 없죠.
이 점을 캐딜락 코리아가 충분히 고려하고 대응하면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봅니다.
한국일보 모클팀 - 김학수 기자 / 오경석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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