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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성없는 전쟁’ 한반도 외교전… 북ㆍ중ㆍ러 VS 미ㆍ일 결집 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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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성없는 전쟁’ 한반도 외교전… 북ㆍ중ㆍ러 VS 미ㆍ일 결집 양상

입력
2018.05.31 18:32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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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칭다오서 8일 SCO 정상회의

북ㆍ중ㆍ러 정상 전격 회동 가능성

북미회담 앞두고 영향력 과시 주목

9년만에 방북 러 외무 김정은 면담

작심한 듯 “단계적 비핵화” 역설

지난해 6월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SCO 정상회의. EPA 연합뉴스
지난해 6월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SCO 정상회의. EPA 연합뉴스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의 12일 개최가 유력한 가운데 그 직전에 열리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도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SCO를 통해 북한과 공개적인 협력틀을 가시화할 경우 ‘북중러 대 미일’의 대결 구도로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체제 전환 논의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SCO는 2001년 중국이 러시아의 협력 하에 카자흐스탄ㆍ키르기스스탄ㆍ타지키스탄ㆍ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4개국을 끌어들여 구성한 안보ㆍ경제 협력체다. 당초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주도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대항마 성격으로 출발했으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취임 후 일대일로(一帶一路ㆍ육상 및 해상 실크로도)를 국가전략으로 추진하면서 경제협력체로서의 성격도 가미됐다. 지난해 인도와 파키스탄의 가입으로 회원국 수가 8개국으로 늘었고, 올해 정상회의는 오는 8~9일 중국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에서 개최된다.

올해 SCO 정상회의가 주목 받는 이유는 북미 정상회담을 목전에 둔 시점에 열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SCO를 주도하고 있는 중국ㆍ러시아 모두 자국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한반도 정세 급변 과정에서 한 발짝 물러서 있다. 중국은 두 차례의 북중 정상회담 개최로 영향력을 과시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배후설’을 거론하며 북미 회담 취소 소동을 벌인 뒤 ‘차이나 패싱’(중국 배제) 우려에 시달리고 있다. 러시아도 대선을 치르느라 남북미 3국이 주도하는 한반도 정세에서 다소 비켜나 있었다.

하지만 중국ㆍ러시아가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체제 전환 논의가 남북미 3국 중심으로 진행되는 걸 방치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베이징(北京)의 한 외교소식통은 31일 “미국과의 패권 경쟁을 의식하는 중국이나 옛 소련의 지위를 되찾으려는 러시아 모두 한반도가 미국의 일방적 영향력 하에 놓이길 원치 않는다”면서 “북미 회담 후 6자회담 재개를 포함해 한반도 문제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돼 있는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중국은 31일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대변인의 정례브리핑을 통해 “중국은 한반도 전쟁 상태의 조속한 종결과 영구적 평화 프로세스 구축을 바란다”면서 “중국은 한반도 문제의 주요 당사국이자 정전협정 서명국으로서 앞으로도 마땅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북미 정상회담 취소 소동 이후 종전선언 주체가 사실상 남북미 3자로 굳어지는 듯한 상황에 대해 작심하고 반박한 것이다.

러시아도 이날 9년만에 외교수장을 북한에 보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대북제재 해제 없이는 한반도 핵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없고 비핵화는 단계적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미국에게 하고 싶은 얘기를 대신해준 그를 직접 만났다. 러시아는 옛 소련 기술을 토대로 제조된 북한 핵무기의 해체ㆍ폐기 문제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SCO 정상회의 기간에 시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정상회담 뿐만 아니라 북ㆍ중ㆍ러 3개국 정상의 전격 회동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 위원장이 특별초청국의 정상 자격으로 참석한다면 중국ㆍ러시아를 든든한 우군으로 업고 미국과의 협상 테이블에 나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경우 중러 양국도 존재감을 과시할 수 있어 3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

베이징의 외교소식통은 “한반도 문제의 해결 가능성이 북미 정상회담을 축으로 돌아가면서 중국ㆍ러시아ㆍ일본 등 주변국들도 각자 북한ㆍ미국과의 접촉면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면서 “한반도 주변에서 숨가쁘게 진행되는 외교전이 자칫 ‘북중러 대 미일’의 대결 구도로 가지 않도록 하는 것도 이 구도에서 빠져 있는 문재인 정부의 또 다른 임무일 수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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