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감한 논의보단 탐색전 양상
회담 성공 덕담하고 웃으며 건배
만찬엔 스테이크ㆍ콘ㆍ치즈 나와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만찬 후 폼페이오 “정말 굉장했다”
폼페이오 옆에 앤드루 김 배석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의 31일(현지시간) 접촉은 전날 만찬이 진행됐던 유엔 주재 미국 대표부 차석대사 관저에서 이뤄졌다. 이날 오전 9시 통역과 배석자를 대동하고 다소 긴장한 표정으로 만난 폼페이오 장관과 김 부위원장은 미리 대기하던 언론을 위해 악수를 한 뒤, 바로 비공개 회담에 들어갔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시작 20여분 뒤 언론에게 “회담이 잘 되고 있다” , “북한 대표단이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갖고 워싱턴에 오길 기대한다”고 밝히면서 긍정적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였다.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회담 직전 트위터에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에 열릴 (북미) 정상회담은 북한에 안전보장과 경제적 번영을 성취할 큰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 주민들에게는 더 밝은 미래가 열릴 수 있게 될 것이며, 세계는 더 평화로워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날 저녁 같은 장소에서 이뤄진 두 사람의 만찬도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90분간 이어졌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두 사람의 만찬은 이날 오후 7시 뉴욕 맨해튼 38번가 코린티안 콘도미니엄의 주유엔 미국 차석대사 관저에서 열렸다. 폼페이오 장관이 약속 시간보다 15분쯤 미리 도착해 ‘손님’을 기다렸다. 중국 베이징(北京)발 에어차이나 CA981편을 타고 이날 오후 2시쯤 뉴욕 JFK공항에 도착한 김 부위원장은 만찬장과 10분 거리인 숙소(밀레니엄 힐튼 유엔플라자 호텔)에 짐을 푼 뒤, 예정시간에 거의 맞춰 모습을 드러냈다.
폼페이오 장관과 김 부위원장의 대화 내용은 일절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공개된 사진만으로도 그 내용을 충분히 유추할 수 있다는 평가다. 폼페이오 장관은 만찬 종료 후 국무부 공식 트위터 계정에 사진 2장을 올리며 “오늘 밤 뉴욕에서 김영철과 훌륭한 실무 만찬을 가졌다”고 밝혔다. 해당 사진은 ▦만찬장에 서 있는 두 사람이 밝은 미소를 지으며 악수하는 장면 ▦테이블에 앉은 네 명이 웃는 표정으로 건배하는 장면을 담고 있다. 국무부 관계자는 폼페이오 장관이 김 부위원장에게 뉴욕 고층빌딩의 스카이라인을 보여주는 모습을 찍은 별도 사진을 지목하면서 “비핵화 이후 북한의 ‘밝은 미래’를 어떻게 그려나갈지에 대해 많이 얘기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만찬은 지난달 9일 폼페이오 장관의 2차 방북 때 김 부위원장이 주재한 환영 오찬에 대한 답례 성격이기도 했다. 당시 북한이 준비했던 메뉴는 랍스터와 거위, 철갑상어, 바나나 아이스크림, 스테이크 등이었는데, ‘뉴욕 만찬’ 메뉴는 폼페이오 장관이 트위터를 통해 밝힌 대로 스테이크(steak)와 콘(옥수수), 치즈 등이었다. 폼페이오 장관은 기자들에게 메뉴를 소개할 땐 ‘미국식 쇠고기(American beef)’로 표현하기도 했다.
양측에서 각각 배석자 1명씩 참석했는데, 미국 쪽은 지난달 10일 폼페이오 장관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접견에 배석했던 앤드루 김 중앙정보국(CIA) 코리아임무센터(KMC)장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만찬은 90분 정도가 지난 오후 8시30분쯤 마무리됐다.
뉴욕=송용창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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