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사 선정부터 외국계 기관 타겟
주가 상승하며 블록딜 투자자 하루만에 4% 차익
삼성 금융계열사가 한꺼번에 시장에 내놓은 1조3,000억원이 넘는 삼성전자 주식 대부분은 외국계 투자자들이 받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전날 장 종료 직후 보유중인 삼성전자 지분 2,700만주(0.45%)를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를 통해 기관투자자들에게 매각했다. 매각 가격은 전날 종가(4만9,500원) 대비 1.5% 할인된 4만8,750원으로, 총 1조3,163억원 규모였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이번 블록딜은 주간사(골드만삭스, JP모건) 선정부터 외국계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며 “국내 기관도 일부 참여했지만 90% 이상의 물량이 외국계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에 배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자산운용사 관계자도 “당초 골드만삭스가 제시한 최대 할인율이 종가 대비 2.4%로 낮은 수준이어서 국내 기관투자자의 관심은 크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번 매매를 전후해 삼성전자 주가가 요동치며 블록딜을 통해 물량을 배정받은 외국계 주주들은 단기간에 적잖은 평가익을 보게 됐다. 이들 중 일부는 이미 차익 실현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주가는 장 종료 전 블록딜 소식이 퍼진 30일에는 1,800원(3.51%) 하락한 4만9,500원으로 마감됐지만 31일에는 다시 1,200원(2.42%) 반등해 5만700원까지 치솟았다. 주식 배정 가격(4만8,750원)으로 계산하면 하루 만에 주당 1,950원(4.0%)의 이익을 거둔 셈이다.
반면 삼성생명은 이날 4.19% 급락했고, 삼성화재는 0.4% 하락하는 등 희비가 엇갈렸다.
이번 블록딜은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을 앞둔 선제적 대응이었다. 금융산업의 구조 개선에 대한 법률(금산법)은 대기업 계열 금융회사들이 비금융 계열사 지분을 10% 이상 갖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예정대로 자사주 4억4,954만주를 모두 소각할 경우 삼성생명ㆍ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블록딜 이전 기준 10.43%로 높아진다. 삼성 금융계열사는 이번 블록딜을 통해 소각 후 삼성전자 지분을 9.98%로 낮출 수 있게 됐다.
한편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삼성생명ㆍ화재의 전자 주식 매각에 대해 “블록딜이 처분된 것은 금산법 위배 소지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며 “(삼성이)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는 별개 문제니 기다려보겠다“고 답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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