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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핫&쿨] “불어권 우대, 영어권 홀대” 뿔난 민심… 카메룬 반정부 시위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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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핫&쿨] “불어권 우대, 영어권 홀대” 뿔난 민심… 카메룬 반정부 시위 격화

입력
2018.05.31 18:28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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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룬 영어권 지역인 북서부주 주도 바멘다에서 영어권 차별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거리 시위를 하고 있다. ©Voice4Thought
카메룬 영어권 지역인 북서부주 주도 바멘다에서 영어권 차별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거리 시위를 하고 있다. ©Voice4Thought

“이것은 단순한 언어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삶의 근간과 문화를 송두리째 흔드는 문제다.”

카메룬 영어권(Anglophoneㆍ앵글로폰) 지역의 인권 변호사 아그보 응콩고는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유혈사태로까지 번지고 있는 이 지역 영어권 시민의 거리 시위를 이 같이 설명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WP는 영어와 불어를 공용어로 쓰는 카메룬에서 상대적으로 소수파인 영어권 지역 북서부주(주도 바멘다)와 남서부주(주도 부에아)에서 일어난 반정부 시위가 내전 수준으로 격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수도 야운데에서 카메룬 국경일 기념식이 진행되던 지난달 20일 영어권 지역에서는 영어권 분리주의자들이 시장을 납치하고 경찰을 살해했다. 응콩고 변호사는 “이 와중에 민간인 40여명이 사망했으며 이 중 27명은 정부군과의 대치 상황에서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WP는 “카메룬이 프랑스어권(Francophoneㆍ프랑코폰) 정부에 반발하는 영어권 세력의 시위 발생 18개월 만에 가장 끔찍한 한 주를 보냈다”고 전했다.

갈등의 시작은 2016년말 영어권 영어 교사와 변호사들의 파업이었다. 카메룬은 옛 프랑스령인 동카메룬과 옛 영국령인 서카메룬이 합쳐진 연방공화국 형태였다가 1972년 헌법을 개정하면서 단일국가가 됐다. 카메룬은 아프리카에서 유일하게 영어와 불어가 공용어인 이중언어 국가지만 영어권 인구는 전체 2,400만명 중 20%에 불과하다. 10개주 중 2개주에 거주하는 영어권 시민들은 저개발 등 사회적 차별에 대한 불만이 컸다. 1982년부터 집권해 온 폴 비야 카메룬 대통령도 프랑스어권 출신이다.

최근 시위의 직접 원인은 카메룬 정부가 영어권 지역 내 영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프랑스어권 출신 교사 파견을 늘린 데서 비롯됐다. 이 지역 변호사 협회도 영어 구사가 불가능하고 영미법계 관행에 무지한 판사들이 파견된 데 불만을 제기했다. 이후 ‘암바조니아(Ambazonia)라는 새로운 영어권 국가로 독립하려는 ADF 등 분리주의 단체가 가세하고, 총으로 무장한 경찰이 이를 폭력 진압하면서 사태가 악화됐다.

경찰의 잔인한 무력 진압 장면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인터넷을 통해 퍼지면서 시위는 국외로까지 확산할 조짐을 보였다. 이에 카메룬 정부는 지난해 1월 영어권 지역의 인터넷 접속을 차단했고, 이는 더 큰 반감을 샀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영ㆍ불 언어 전쟁’의 여파로 이미 2만여명이 이웃 나라 나이지리아로 탈출했다.

카메룬에서는 올 10월 치러질 대선에서 비야 대통령이 재출마할 전망이다. 영어권 지역의 유명 변호사이자 대통령 후보인 아키어 무나는 “현 정부가 더 많은 자치권을 요구하는 영어권 지역의 요구를 일축함으로써 긴장 관계를 일으키고 있다”며 “비야 대통령이 다시 집권하면 전국이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카메룬 영어권 지역 시민들이 프랑스어권으로부터 분리 독립을 주장하는 피켓을 들고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Voice4Thought
카메룬 영어권 지역 시민들이 프랑스어권으로부터 분리 독립을 주장하는 피켓을 들고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Voice4Thou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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