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 IT제품에 25% 관세 이어
첨단산업 유학생 비자 1년 제한
中 “받은 만큼…” 보복조치 공언
中, 남중국해 첫 폭격기 이착륙에
美 ‘항행의 자유’ 작전 긴장 고조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중 간 무역ㆍ남중국해 문제를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미중 양국이 한반도 정세 급변 과정에서 신경전을 벌이는 상황이라 자칫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전환 논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어렵사리 봉합되는 듯하던 미중 무역갈등은 최근 폭발 직전 활화산으로 변해가고 있다. 백악관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당초 계획대로 500억달러(약 53조8,500억원) 상당의 중국산 제품에 25%의 고율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하면서다. 미국이 열흘만에 관세 부과 연기 방침을 번복하자 중국은 정부와 관영매체를 총동원해 이를 비난하면서 “무역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결코 피하지 않겠다”, “받은 만큼 반드시 되돌려 주겠다”는 등 보복 조치를 경고했다.
특히 미중 무역갈등의 핵심인 ‘중국 제조 2025’를 둘러싸고는 감정싸움 양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미국은 항공ㆍ로봇 등 중국 정부가 첨단산업 육성 차원에서 적극 지원하는 분야에서 중국인 유학생들의 비자 기한을 1년으로 제한하겠다고 공언했다. 중국이 미국의 첨단기술을 배우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아예 중국 젊은이들이 영어를 배우지 못하게 하지 그러느냐”고 쏘아붙인 뒤 “얄팍한 이해타산에만 집착해 세계 교류센터로서의 지위를 잃는 자충수가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2~4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예정된 3차 무역 담판의 개최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지난달 30일 선발대 성격의 미국 측 협상 실무팀이 중국을 찾았지만 진전된 논의가 진행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백악관의 관세 부과 강행 조치가 협상을 좌초시킬 수도 있다”면서 “실무협상에 진전이 없으면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이 베이징행을 취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중 갈등의 핵심현안 중 하나인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도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중국이 시사(西沙)군도의 대형 인공섬인 융싱다오(永興島)에서 사상 최초로 전략폭격기 이착륙 훈련을 실시하자 미국은 곧바로 이번 달에 열리는 환태평양훈련(림팩) 초청을 취소한 데 이어 융싱다오를 포함한 지역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감행했다. 미국은 특히 71년 역사를 자랑하는 태평양사령부의 명칭을 ‘인도태평양사령부’로 바꾸면서 중국 견제를 공식화했다. 이러자 중국은 관영매체를 동원해 “미국은 남중국해를 그냥 지나치는 나그네일 뿐”이라고 치받았다.
베이징(北京)의 한 외교소식통은 “미중 양국이 각자의 국익을 위해 무역이나 남중국해, 대만 문제로 갈등하는 건 불가피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시점상으로 우여곡절 끝에 북미 정상회담 개최가 본궤도에 오른 때여서 자칫 양국의 패권 경쟁이 어떤 식으로든 회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은 우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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