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랜드 수사ㆍ보유세 폭탄 등
기사와 칼럼 입장이 달라 보여
비핵화 기사 용어정리 해줬으면
‘여론 속의 여론’ 분석이 눈에 띄어
대한항공 오너 일가 기사
‘갑질’ 보다 근본문제 제기를
한국일보 독자권익위원회가 5월 회의를 지난달 16일 본사 18층 대회의실에서 가졌다. 회의에는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인 배정근 위원장과 권선희(사이출판사 대표) 김동훈(고려대 정외과 교수) 박홍빈(취업 준비생) 신정호(한국리서치 이사) 이상민(법무법인 에셀 대표변호사) 이용백(현대상선 대외협력실장) 위원과 간사인 진성훈 오피니언 에디터, 이충재 수석논설위원이 참석했다.
이용백
1면 제호 밑에 대통령 기사가 많이 실린다. 독자들 눈길이 많이 가는 지면인데 의례적인 기사가 배치된다. 스페어(예비) 기사를 처리하는 느낌이 든다. 젊은 기자들의 칼럼인 ‘36.5°’가 신선하지만 실험이 지나친 경우도 있다. 이계성 논설고문의 칼럼 ‘홍준표의 두려움’(5월8일자 30면)의 마지막 단락에 “홍 대표에게 조선일보 7일자 ‘최보식이 만난 사람’을 읽어보기를 권한다”고 되어 있다. 타사 기사를 권하는 게 신선해 보이고, 한국일보가 열린 자세로 기사를 쓰고 칼럼을 쓰는 느낌이 든다. 5월 15일에 인기가 있던 기사는 ‘투스카니 의인’인데 한국일보는 페이스북에 동영상도 없이 신문기사를 그대로 옮겨 실어 감흥이 떨어졌다. 이슈가 있을 때 SNS를 겨냥한 별도 콘텐츠를 만드는 것도 좋겠다.
김동훈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 특보의 포린어페어스 기고문과 관련, ‘또 불거진 ‘문정인 리스크’…남남 갈등ㆍ한미 균열 불씨 우려’(5월3일자 3면)라고 보도했다. 이전에도 ‘문정인 리스크’라고 표현했는데 보수언론, 보수 프레임을 따라가는 것이다. 문 특보의 기고문에 ‘주한미군 철수 찬성’이란 말은 없다. 주한미군 철수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폭발력 있는 주제인 만큼 어떤 식으로 다룰지 고민해야 한다. 미중 관계 속의 주한 미군이란 틀에서 보면 남남 갈등, 문정인 리스크가 아닌 더 큰 시각에서 분석할 수 있다.
이상민
‘4ㆍ27 판문점 선언 이후’(4월30일자 8면)는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과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을 인터뷰했다. 서로 다른 입장을 전하는 만큼 독자에게 설명해 주는 인트로(도입) 기사가 있어야 했다. ’美 리비아모델 바탕, 北 제3 비핵화 방식 접근’(5월1일자 1면)에서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리비아 모델과 다른 모델을 이야기했다고 하는데 근거가 약하다. 기사와 칼럼의 방향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5월16일자 강원랜드 수사 논란에서 ‘文 총장이 권성동 영장 제동, 檢 공개 항명’ 기사와 ‘문무일 총장의 강원랜드 수사외압 의혹 특임검사로 규명해야’의 사설은 다른 입장이다. 칼럼 ’36.5°’의 ‘정말, 보유세 폭탄인가’(5월4일자 30면)는 보유세 폭탄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인데 ‘껑충 뛴 공시지가 강남 보유세 폭탄’(5월1일자 1면) 기사는 보유세를 ‘폭탄’으로 보고 있다.
권선희
북한 비핵화를 둘러싼 북미 간 입장 차이, 중국과 일본의 입장, 미국 정가의 우려 등에 대해 정리가 안 되고 낯선 용어들도 많이 등장한다. 독자들이 그 차이를 다 안다는 전제하에 기사를 쓰지 말고,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주거나 Q&A로 설명해주면 좋겠다. 글로벌기업 페덱스를 다룬 ‘직원ㆍ고객 감동하면 수익 저절로…물류혁명 이끈 휴먼경영’(4월21일자 10면)의 제목은 진부하고, 페덱스 자체도 글로벌 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논ㆍ담‘은 논설위원들의 말이 훨씬 많다 보니 정작 인터뷰 대상자의 말을 뽑아내기 어렵다. ‘논ㆍ담: 보수, 기득권 추억 잊고 노블레스 오블리주로 다시 시작해야’(4월20일자 28면)는 박지향 서울대 교수를 다뤘는데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논설위원이 먼저 이야기를 꺼낸 것으로 박 교수의 목소리가 아니다.
이충재
‘논ㆍ담’은 단순한 인터뷰가 아니라 논설위원과 같이 대화를 통해 이슈에 대한 해결점을 찾아보자는 취지다. 논설위원의 말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신정호
주말판 신문에 뉴스 소비자가 궁금할 만한 깨알 같은 정보, 다른 매체에서는 얻기 어려운 뉴스가 많았다. 신문의 바람직한 포지셔닝을 만들어 간다는 의미에서 긍정적이다. 여론 속의 여론’에서 다룬 ‘당신도 자신에게만 관대하지 않습니까?’(4월21일자) ‘네 명 중 한 명은 소리 없는 비명’(5월12일자) 등은 여론 조사결과를 단순 보도가 아니라, 숫자를 통해 한국인의 삶을 조명했다. 미디어가 여론조사 결과를 알맹이를 뺀 채 수치만 전달하는 게 아니라, 이런 기획형태로 해석에 무게를 실으면 좋겠다.
권선희
‘우리 시대의 마이너리티: 주변 시선이 두려운 탈모인’(5월8일자 12면)은 신선하고 재미있다. 한국일보에서 정의하는 마이너리티가 뭔지 확실히 알게 됐다. 인터넷 SNS 노출이나 전달, 소개가 잘 안 되어 안타깝다. 드루킹 사건을 ‘민주당원 댓글 조작파문’, ‘김경수 댓글 조작 사건’으로 다르게 적고 있는데 통일해서 사용해야 한다. 아직은 김경수 전 의원의 댓글조작은 밝혀지지 않았다. ‘김경수 의원보좌관, 드루킹 측과 돈 거래했다’(4월21일자 1면)에서 앞부분은 “돈 거래가 인사청탁과 관련된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하고, 뒷부분에선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인사청탁 명목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 ‘이웃서 자녀 짝 찾아요, 강남 아파트 그들만의 혼맥’(4월20일자 2면)은 두 개 사례를 가지고 ‘강남 아파트 사람들은 그들끼리만 결혼하려고 한다’는 일반화의 오류를 범했다. 그들만의 혼맥이 아닌 만혼의 자식을 걱정하는 노인의 문제일 수도 있다.
김동훈
‘오늘 장애인의 날’(4월20일자 9면)을 비롯해 장애인 관련 기사를 많이 썼다. 지속적으로 다뤄서 학교, 기업을 환기시켜주면 좋겠다. 사설에서 ‘정부ㆍ산은, 한국 GM 금융지원 책임있게 설명하라’(5월2일자 31면), ‘한국 GM에 국민세금 투입하면서 지원 근거 안 밝히는 정부’(5월11일자 31면)를 비롯해 GM 금융지원에 대해 강한 어조로 비판해 좋았다. 대학생들이 한국일보가 ‘밍밍하다’고 지적하는데 가끔 1면에 사설을 배치해 ‘강한 어조’를 보여줘도 좋겠다. 기사를 읽으면 더 궁금증을 일으키게 하는 기사가 꽤 있다. ‘美의회, 주한미군 2만2000명 유지, 감축론에 제동’(5월16일자 6면)은 단순히 미국 의회에서 진행된 일만 전달했다. 의원들이 왜 그랬는지 배경을 알려주면 좋았겠다. 국정원 특활비 기사도 ‘왜’ 하필 국정원 예산인가’에 대한 답변이 있으면 유익했겠다.
배정근
대한항공 오너 일가의 갑질 기사에서 짚어야 할 것은 개인의 갑질 행태가 아니다. 부의 세습, 3세의 지배권 행사, 부당한 내부거래를 통한 부의 축적, 공항과 대한항공 해외조직을 통한 밀수, 이를 용인한 세관 시스템의 문제가 더 심각한 사안이다. 그런 의미에서 ‘대물림 된 군림 본능, 재벌가 갑질 부른다’(4월25일자 1면)는 좋은 기획이었다. 다만 깊숙이 파고들어가 본격적으로 파헤치지 않아 아쉬웠다.
이상민
‘위령탑 세우고, 잊다’(4월19일자 18면)는 다른 언론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기사였고 취재도 충실했다. ‘2만2007보… 그는 1분도 쉬지 못했다’(4월26일자 17면)는 택배기사의 하루 취재했다. 스마트워치로 소비한 열량, 이동거리까지 제시했다. ‘또 당했다… 사진발, 보정이라는 이름의 거짓말’(5월3일자 18면)은 포털에 많이 걸렸다. 많은 공을 들이지는 않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재미있는 기사였다.
이용백
과거 김훈 박래부 기자의 ‘문학기행’을 꼭 보려고 일요일 아침마다 가판대까지 가서 한국일보를 사본 기억이 있다. 이처럼 꼭 봐야겠다는 콘텐츠가 있으면 좋겠다. 남북경협을 앞두고 기업들이 북한TF를 꾸려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으나 사실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잘 모른다. 기사로 짚어주면 국민들의 이해도도 빨라지고 기업도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박홍빈
20대인 친구들이 신문을 잃지 않는다. 그들에게 신문을 주고 무슨 생각이 드는지 말해달라고 했다. 5분 아니, 1분30초 만에 “어렵다”, “읽기 싫다”고 했다. 신문이 독자층을 누구로 생각하고 만드는지 궁금하다. 고급 어휘, 한자어가 많고, 드루킹 사건만 해도 기사 하나로는 전체 사건을 이해를 할 수가 없다. 기사를 읽더라도 궁금한 게 생겨나 검색을 해봐야 할 정도로 신문은 불친절하다. ‘무슨 책 읽어?’(5월11일자 1,2면)는 최동훈 영화감독을 책이란 주제로 묶어 이야기했는데, 인물 기사를 이렇게 풀어 쓰면 젊은층도 읽게 된다. 5월 14일자 1면 지방선거 후보 사진이 모두 남성들이다. 정치 관련 사진 대부분이 남성 위주다. 왜 남성뿐인지,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기사를 쓰면 20대가 호응할 것이다.
배정근
하나의 관점으로만 쓰는 기사의 위험성을 말하고 싶다. 사회 현상은 복잡하고 다양한 요인이 개입한다. 그것을 하나의 관점과 시각으로 해석하면 편향된 기사가 된다. 이해관계가 상반되고, 관점이 다른 사안들은 빠지게 되는 부작용이 있다. ‘세계 최고 이종이식 기술, 不法연구 내몰릴 판’(4월23일자 13면)은 이종장기 개발사업이 법적 뒷받침이 없어 불법연구로 내몰린다는 고발성 기사다. 기사에 등장하는 취재원이 서울대 연구소 소장, 한 사람이다. 정부가 못하는 배경, 다른 의견을 가진 학자도 있을 수 있는데 한 사람의 이야기만 듣고 단일 관점으로 기사를 썼다. 드루킹 사건은 잘 보도하고 특종도 했다. 그런데 확인된 사실과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섞여 있다. 특종을 하면 기자들이 한쪽 방향으로 밀고 가려는 심리가 있는데, 냉정하게 접근해야 오독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신정호
판문점 정상회담을 앞두고 게재된 ‘남과 북, 모이고 포개졌던 사랑을 기억해 냈으면…’(4월27일자 1면)은 2030 젊은 시인의 눈으로 본 남북회담을 다루었다. 시인의 감성적인 시각으로, 2030 젊은이 관점으로 다룬 것이 좋았다. 시인의 눈으로 본 역사적 사건의 의미, 2030에게 남북회담이 무엇인지를 다루는 데는 약해, 마무리가 부족했다. ‘야속한 소년법…내 딸 지영이는 오늘도 웁니다’(5월5일자 1면)는 뉴스 소비자에게 고민거리를 던진 기사다. 생활형 어젠다를 던지는 이런 류의 기사가 많으면 좋겠다. 종이신문이 인터넷신문과 차별화하는 포지셔닝 방법이 이런 방향에 있다.
박홍빈
‘남과 북, 모이고 포개졌던 사랑을 기억해 냈으면…’은 기사 배경에 색깔을 넣고 시를 배치해 촌스럽단 생각이 들었다. ‘야속한 소년법… 내 딸 지영이는 오늘도 웁니다’도 60, 70년대 신파 드라마 같은 제목이다. 감성을 이끌어 내려고 자극해 감성이 더 떨어지는 것 같다.
권선희
(박홍빈 위원의 지적은)제목이 오글거렸다는 말인데, 사실 20대들이 어렵다고 하는 부분은 같이 고민해야 된다. 20대들의 문장, 활자 독해력이 굉장히 떨어진다. 20대 남성이 가장 책을 안 읽고, 20대 여성은 ‘인스타형’ 에세이 같은 가벼운 책을 많이 읽는다. 활자 자체를 ‘짤’(사진, 그림과 짧은 글 형태로 된 것), 웹툰 위주로 소비하는 세대다. 그 세대에 맞춰야 할지, 따라오게 만들어야 할지가 고민 지점이다.
배정근
신문이 스트레이트 뉴스를 대폭 줄여야 한다. 독자들은 단순 보도보다 궁금증을 해결해 주고 깊이 들어간 이야기를 보고 싶어 한다. 친절한 기사, 해석적인 기사, 분석적인 기사가 훨씬 더 많아야 한다.
정리=이태규 뉴스1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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