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을 놓고 청와대 경제팀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간 갈등이 심상치 않다. 노동계 출신인 이목희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장관급)은 30일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고용지표가 나쁜 문제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생긴 것인지 정확히 실증과 분석을 해봐야 한다”며 “김동연 부총리의 속도조절 발언은 적절치 않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 부총리가 최근 “최저임금 1만원 인상 목표연도(2020년)를 신축적으로 생각하면 좋겠다”고 속도조절론을 제기하자 강한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다.
두 사람은 일자리 정책의 컨트롤타워 자리를 놓고도 기싸움을 벌였다. 기획재정부가 올해 봄 청년 일자리 정책을 내놓았는데도 일자리위원회가 2개월도 안 돼 일자리 종합대책을 다시 발표한 게 화근이었다. 김 부총리가 불편한 심기를 토로하자 이 부위원장이 즉각 맞받아치는 등 설전이 벌어졌다. 29일 가계소득동향 점검회의에서도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 부총리가 소득분배가 악화한 원인을 놓고 격론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 뒤 청와대 대변인이 “앞으로 장 실장이 주도해 관련 부처 장관들과 함께 경제 전반에 대해 회의를 계속 개최하겠다”고 말했다가 논란이 일자 “장 실장이 주도하여”를 “장 실장과 관련 부처 장관들이 함께”로 수정하기도 했다. 장관급인 장 실장이 사실상 경제 컨트롤타워라는 점을 확인시켜줌으로써 ‘김동연 패싱’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이를 의식한 듯 문재인 대통령은 31일 국가재정전략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혁신성장에 대해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경제팀에서 더욱 분발해 달라”고 당부했다.
좋은 정책을 만들기 위한 토론과 이견은 당연하다. 하지만 정책 담당자들이 편가르기 식으로 설전을 벌이며 불협화음을 노출하는 것은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시장에 혼란을 안겨줄 수 있다. 정부가 기재부 장관에게 부총리 지위를 부여한 것은 경제정책의 컨트롤타워 권한을 행사하라는 의미다. 부총리가 제 역할을 못하면 인사권을 행사하면 된다. 지금은 경제위기 상황이다. 고용ㆍ소비ㆍ투자 감소 속에 소득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 주도권 싸움은 그만하고 머리를 맞대고 현안 해결에 총력을 기울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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