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의 몽상
현민 지음
돌베개 발행ㆍ374쪽ㆍ1만6,000원
특종 종교 신자도 아닌데 병역을 거부했다. 2010년 2월부터 1년 3개월간 영등포교도소에 수감됐다. 그 기간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차분한 문장으로 모아뒀다. 왜 그랬을까. 스스로 이야기한다. 자신의 병역거부를 설명할, 어떤 언어의 빈곤이 있다고. ‘평화’ 같은 엄청난 신념을 내세우지도 않는다. 가장 쉽게, 동시에 가장 폭력적인 방식으로 단순화하자면 ‘여성스러운 서울대생’이어서다. 교도소에서도 죄수들 사이에서 ‘여성’으로 호명되는데, 삶을 되돌아봤을 때 썩 낯설지 않은 분류다. 책 맨 끝에 가서 신영복 선생 얘기를 끄집어내는 이유도 짐작된다. 어떤 민중적 대의명분을 만들어내야 했던 신영복 선생이 가장 멋진 말을 할 때는 형수, 계수 같은 여성들을 상대로 발화할 때였다는 점을 지적한다. 하지만, 뒤돌아보자. 스스로는 거창한 주의가 없다 했으나 실은 ‘젠더’를 쥐고 있었다. ‘남성성이라는 것에 대해 고민하는 서울대 남성’이라는 특권적 지위까지도. 정체성 정치란, 그래서 제 꼬리 제가 무는, 끝없는 순환논리일 지도 모르겠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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