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서 출소 기자간담회
문재인 정부의 남북ㆍ북미 정상회담은
“엄청난 변화 이끌어 낸 것”
사회불평등 해소 막는 재벌 개혁 등은 지지부진
“저는 갈 수 없었지만 금요일 밤만 되면 하늘을 보며 내일 날씨가 제발 좋아야 할 텐데 하고 빌곤 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민중총궐기’ 집회 주도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 받고 복역한 후 최근 가석방된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소회와 함께 약자와 함께 하는 노조 운동에 힘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 전 위원장은 31일 오전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지금까지 자기 공장안 노동자의 생존권을 지키는 것을 민주노조라고 했다”며 “이제 그 정의의 폭을 넓혀 약자와의 연대를 실천하지 않는 노동자는 민주노조라는 명칭을 쓸 수 없도록 스스로 성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위원장은 “미조직 노동자들, 노조에 대한 열망이 있으나 두려움을 느끼는 노동자들, 배제된 노동자들이 포괄적으로 민주노총 깃발 아래 단결할 수 있는 길을 찾는데 모든 역량을 쏟아 부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해서는 “구분해서 평가하는 게 온당하다”며 특히 남북ㆍ북미정상회담 진행과 관련해 “역사적으로 엄청난 변화를 이끌어 내고 있는 것에 대해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반면 사회적 불평등 해소와 관련해서는 “재벌 (개혁) 문제는 많이 후퇴하고 있다”며 “최저임금 문제라든가 노동기본권에 대한 개혁 의지가 후퇴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최근의 ‘사법농단’ 논란과 관련해서도 “KTX 여승무원, 전교조, 쌍용차 노동자 등 (법원의 판결로) 고통 받았던 동지들을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지고 분노를 삭일 수 없다”며 “권력을 잡은 사람들은 기득권을 공고히 하기 위해 더러운 손을 뻗치지 않은 곳이 없다는 생각에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감옥 안에서 접했던 가장 기쁜 소식으로는 박근혜 정부의 퇴진을 이끌어낸 ‘촛불혁명’을 꼽았다. 한 전 위원장은 “사진으로 밖에 볼 수 없었지만 위대한 민중의 함성이 헌법 위에 존재한다는 걸 깨닫는 감동의 시간이었다”며 “이런 날이 올 수도 있구나하는 경이롭고 가슴 벅찬 뉴스였다”고 말했다.
2015년 11월 서울 도심에서 박근혜 정권 퇴진 및 반노동정책 폐기 등을 요구하는 민중총궐기 집회를 주도한 한 전 위원장은 경찰의 체포를 피해 조계사에서 20여일 간 은신하다 자진 출석한 후 기소됐다. 대법원에서 징역3년의 실형을 선고 받은 후 사회단체 등이 문재인 정부에 사면ㆍ복권을 요청했지만 대상에서 제외됐다. 형기가 반년 가량 남았던 지난 21일 법무부의 가석방 결정을 받고 출소됐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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