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과 풍화
조성룡 지음
수류산방 발행ㆍ384쪽ㆍ2만1,000원
우리에게 아파트는 ‘부동산’이 아니라 ‘금융’이다. 그게 싫어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노래를 흥얼대보지만, 그 또한 돈 많고 시간 많은 사람들 얘기일 뿐. 그렇기에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건축가는, 대도시 아파트 단지를 ‘반문명 영성주의’의 이름으로 사갈시하기보다 다독이고 어루만져줄 사람이다. ‘조성룡’이란 이름은 거기에 어울린다. 이 책은 1980년대 잠실 아시아 선수촌 아파트 설계 이야기에서 시작해, 지금 현재 잠실 5단지 주거복합시설 국제지명 설계 이야기로 끝나니까. 도시와 아파트는 떼놓을 수 없다. 그래서 저자는 아파트를 부정하기보다 인간화를 지향한다. 호응은 적다. 아파트의 ‘인간화’보다 ‘가격’이 주관심사니까. 저자는 가격 중심 사고가 아파트의 저질화를 이끌었다고 본다. 대리석에다 조명까지 동원한 요란한 거실 디자인이란, 실은 ‘룸살롱’의 변형일 뿐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해뒀다. 이런 기괴함을 넘어선, 인간화된 아파트는 무엇일까. 저자의 고민과 접근법이 돋보인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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