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목화, IBK기업은행 입단
인삼공사와 FA협상 실패 후
1년 넘게 바리스타로 일해
“배구에 대한 열정 끝내 못 버려”
31일 서울 북촌의 한 커피전문점. 배구선수가 아닌, 바리스타 백목화(29)가 웃는 얼굴로 반갑게 맞았다. 길게 묶은 말총머리를 휘날리며 코트를 누볐던 선수 시절과는 달리, 짧게 자른 숏 커트로 확 달라진 모습이다.
백목화는 이날 부로 1년 넘게 일하던 바리스타 업무는 잠정적으로 접고, 1일부터 여자배구팀 IBK 기업은행 훈련에 동참한다. KGC인삼공사 소속이었던 백목화는 인삼공사-기업은행간 트레이드를 통해 기업은행으로 이적, 오는 2018~19시즌부터 기업은행 선수로 활약한다. “훈련을 시작하면 머리를 더 짧게 자를 예정”이라고 했다. 그만큼 각오를 다지겠다는 뜻이다.
2년 전인 2016년 6월 소속팀이던 KGC인삼공사와 FA 협상에 실패한 뒤, 코트를 박차고 나왔다. 강력한 서브와 안정된 리시브로 팀의 궂은일을 도맡아 한 그였기에 팬들의 충격은 컸다. 이후 6개월 정도 실업팀인 대구시청에서 훈련을 하긴 했지만 지난해부터는 평소 관심이 많았던 바리스타로 제2의 인생을 꿈꿨다. 당시에는 “다시는 배구를 하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모진 마음을 먹고 코트를 떠났지만 프로구단들은 공수 살림꾼인 백목화에게 관심을 거두지 않았다. 지난해에도 프로팀 두 군데에서 선수 제의가 왔지만 다 거절했다. 그런 그가 다시 코트 복귀를 결심한 것은 결국 끝내 버릴 수 없었던 배구에 대한 열정이었다. 처음에는 김사니, 남지연 등 기업은행 출신의 선후배들로부터 “같이 운동 하자”는 연락이 오더니, 팀 사무국장까지 백목화가 일하는 커피숍에 찾아왔다. 급기야 이정철 기업은행 감독이 직접 연락을 해왔다. “아직 젊은 네가 벌써 배구를 포기하기엔 이르다. 2년이든 3년이든 같이 뛰어보자”고.
각오를 다지긴 했지만 무려 2년 만에 다시 돌아가는 코트다. 부담이 없을 리 없다. 쉬면서도 틈틈이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체력을 다졌다지만 예전 기량을 되찾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다만 개인 훈련 강도를 높여 코트에 적응할 ‘워밍업’ 시간을 최대한 단축한다는 생각이다.
기업은행은 우승을 3번이나 한 명문구단이다. 여기에 엄격하기로 이름난 이정철 감독의 강도 높은 훈련을 견뎌내는 것도 부담이다. 실제로 ‘코트 복귀’ 소식이 전해지자, 옛 동료들은 “운동량이 많은 팀인데다 무서운 감독 밑에서 괜찮겠느냐”라고 걱정을 쏟아냈다. 백목화는 그러나 “오히려 이정철 감독님의 팀이었기에 복귀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강했다”고 했다. 그는 “이 감독님 밑에서 최상의 기량을 뽐내는 훌륭한 선수들이 많이 배출됐다”면서 “나만 최선을 다한다면 오히려 더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는 여건”이라고 말했다.
일단 팀 내 주전 자리부터 꿰차야 한다. 백목화의 팀 내 포지션은 리시브 부담을 안으면서도 필요할 때 ‘한 방’으로 마무리해 주는 수비형 레프트가 유력하다. 이정철 감독 역시 백목화에게 “예전만큼의 공격 부담은 덜어도 된다. 리시브에 더 신경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경우 5년 후배인 고예림, 최수빈과 ‘3인 경쟁’ 구도가 만들어진다. 백목화는 “선후배를 떠나서 코트에서만큼은 치열하게 경쟁할 것”이라며 “셋이 경쟁하면 더 잘하려는 시너지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행여 주전이 안되더라도 후배들이 흔들리면 다독여줄 언니 역할도 그의 몫이다.
다가올 시즌의 목표에 대해 백목화는 “개인 욕심은 없다”면서 “다만 팀 우승을 위해 내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백목화는 마지막으로 “어렵게 복귀한 만큼 코트에서 남들보다 한 발 더 뛰고 조금 더 부지런히 움직일 각오는 돼 있다”면서 “기량을 끌어올릴 때까지 조금만 지켜봐 주시고 격려해 주셨으면 좋겠다”라며 밝게 웃었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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