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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 승무원 “KTX는 안전이 셀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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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 승무원 “KTX는 안전이 셀프”

입력
2018.05.3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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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명 정도가 타는 KTX에는 안전담당이 열차팀장 1명뿐입니다. 열차 길이가 거의 400m인데, 승객이 없는 상태에서 1호차부터 18호차까지 최대한 빨리 가도 5분 가까이 걸립니다. 열차팀장이 닿지 않는 분들에게는 안전이 셀프인 거죠. 최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께서 난동 부리는 승객을 제압했다는데, 장관님한테도 안전은 셀프인 거예요.”

해직 승무원인 김승하 철도노조 KTX열차승무지부장은 31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KTX의 안전 문제를 지적했다. 승무원들은 열차 운행 중 안전사고 예방, 차내 질서 유지, 방송, 검표, 승ㆍ하차 안내, 시설물 확인 등 여러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1,000명이 넘는 승객을 대상으로 제대로 안전조치를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김승하 KTX열차승무지부장이 30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에 대한 공동고발 등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김승하 KTX열차승무지부장이 30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에 대한 공동고발 등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승무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이미 2016년 9월 한국철도공사 국정감사 때도 등장했었다. 당시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KTX(18량, 정원 1,043명 기준)에 승객전담 업무를 수행하는 승무원이 단 3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나마 3명 중 안전담당 승무원은 1명뿐이다. 이런 상황은 2년이 다 되도록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한국철도공사의 꼼수에서 비롯했다는 게 김 지부장의 주장이다. 이야기는 2004년 철도공사의 전신인 철도청이 승무원을 선발할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철도청은 공무원 정원을 늘릴 수 없으니 2005년 공기업으로 전환되면 직접 고용하겠다며 승무원 약 350명을 뽑았다. 김 지부장은 “시간이 지나면서 언제 그랬느냐는 태도를 보였다. 그래도 철도청이 정부기관인데, 나라가 나한테 사기를 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것에 불만을 가진 승무원들이 반발하자 철도공사는 이들에게 소속을 한국철도유통(전신 홍익회)에서 코레일관광개발로 옮기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한국철도유통이 갖고 있던 승무사업권을 코레일관광개발로 이전시켜 버렸다. 김 지부장은 “코레일관광개발은 감사원 감사에서 매각ㆍ청산 대상으로 지정된 부실 자회사였다”면서 “우리는 ‘직접 고용을 해야지 다른 회사로 이적을 원한 게 아니다’라며 거부했다”고 말했다.

철도공사는 계속 반발하는 승무원 280명을 2006년 해고했다. 해고 승무원들은 회사와의 협상과 집회를 반복하다 2008년 소송을 시작했다. 1심과 2심 법원은 ‘철도공사가 승무원들의 실질적 사용자 지위에 있다’는 승무원들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특히 2심은 철도공사의 위장도급까지도 인정했다.

철도공사는 해직 승무원들에게 밀린 임금을 지급했으나 업무에 복귀시키지는 않았다. 대신 ‘승무원은 안전을 담당하지 않고 서비스만을 담당하기 때문에 외주위탁이 가능한 업무’라는 취지로 법정에서 주장했다. 대법원은 2015년 철도공사의 주장을 받아들여 원심을 파기 환송했다. 이게 대법원이 청와대와 거래하기 위해 박근혜 정부의 눈치를 본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는 판결 중 하나다.

소송을 거치면서 승무원들에겐 불법파견이라는 문제가 불거졌다. 때문에 김 지부장은 “자회사에서 ‘철도공사 사람들은 같은 회사 사람도 아니야. 인사도 하지 말고 소통도 하지 말라’고 했다”며 “이런 식으로 점점 안전교육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철도공사도 안전담당 직원이 있으니 자회사 직원에게 안전교육을 실시하지 않는다고 김 지부장은 덧붙였다.

김 지부장은 문제 해결을 위해 해직 승무원을 철도공사의 원래 자리로 복귀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대법원 판결 관계자들을 철저하게 수사하고, 잘못된 판결을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사법부뿐 아니라 취업사기로 시작한 철도공사, (이를 방치한) 정부에게도 분명한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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