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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최저임금의 당위와 현실

입력
2018.05.31 18:4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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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법 개정으로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매월 지급되는 상여금과 식대 교통비 등 현금으로 지급되는 복리후생비가 산입 범위에 포함됐다. 다만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손실을 줄이기 위해 상여금은 월 최저임금의 25%를 초과하는 금액을, 복리후생비는 7% 초과금액만을 포함하는 방안이 한시적으로 도입됐다. 분기 또는 반기로 지급하던 상여금을 월별로 쪼개 줄 때 노동조합의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되게끔 하는 조항도 추가됐다.

갈등을 해결할 묘안이라 하기에는 궁색하고 미봉책에 가깝다. 생활보조적인 복리후생비까지 포함시킨 게 과하고, 노동조건의 합리적 결정에 필요한 대등성의 원칙에 예외를 허용한 것도 지나치다. 노사 타협에 맡겨야 할 사안이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 여파가 어느 정도인지 아직은 확정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법 개정이 서둘러 이뤄진 데다, 어렵게 확보한 최저임금의 위상을 후퇴시키는 결과를 초래해 아쉽다.

최저임금은 사회성과 시장성을 동시에 지닌다. 사회성은 최저임금의 본래적 속성이다. 사회임금인 최저임금은 노동을 대하는 그 사회의 수준을 나타내는 가늠자다. 최저임금법(1조)은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기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고 있다. 최저임금만으로 생활안정까지 꾀할 수는 없지만, 생계를 꾸리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돼야 사회성을 획득할 수 있다. 주요 국가들과 비교해 보면 한국의 최저임금 수준은 지나치게 낮다. 물가수준이 꽤 높은 프랑스의 주요 도시와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 최저시급의 구매력은 크게 못 미친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에 따르면, 파리에서 장을 볼 경우 생수, 달걀, 치즈, 빵, 쇠고기 등 9종의 생필품을 구입하는 데 19.19유로(대략 2만원)가 드는 반면, 서울에서 같은 양을 장바구니에 담으려면 6만원은 족히 필요하다(2015년 기준). 파리의 최저임금 2시간치의 구매력이 서울에서는 10시간치 구매력에 육박하는 셈이다(‘이런 시급 6030’, 북콤마). 반면 임금의 속성상 시장성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 또한 최저임금의 현실적 측면이다. 노동시장에 일정 정도 충격을 미칠 수 있다. 지불능력이 낮은 영세기업이나 소상공인에게 최저임금 인상은 아무래도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고용을 줄이고 자기노동으로 메울 수밖에 없는 경우가 허다하기에 일자리와 소득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사회성이라는 본래적 당위와 시장성이라는 실제적 현실 사이에 균형을 찾는 일은 녹록치 않다. 그렇기에 정치가 개입해야 할 지점이다. 정치의 지향점은 ‘사회성의 과소’를 회복하는 데 두어져야 한다. 최저임금의 낮은 구매력 수준도 문제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230여만 명에 달하는 게 현실이다. 최저임금제는 해당 노동자 뿐만 아니라 차상위 저임금 노동자(대략 중위임금의 3분의 2 정도를 받는 노동자)의 소득도 부분적으로 증대시키는 제도다. 산입범위가 넓어지면서 사회적 효과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근본적으로는 최저임금 논의를 ‘없는 자’들 사이의 갈등으로 몰아가는 구조를 손질해야 한다. 두루 아는 것처럼, 수직적 원ㆍ하청구조의 정점에 자리한 대자본의 이윤을 줄이지 않고서는 최저임금이 제 기능을 수행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번 법 개정은 부당한 만큼이나 견고한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부인할 수 없는 조건 속에서 사회성의 당위를 넓혀갈 수 있는 방도를 찾아야 한다. 폭 넓은 사회임금을 확보해야 하거니와 최저임금에만 매몰되지 말고 외부에서도 다양한 해법을 탐색해야 한다. 대ㆍ중소기업 간 공정거래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조치들이 보완돼야 하며 실업부조나 기본소득 등 새로운 사회안전망 확충도 논의해야 한다. 향후 과제를 고려하면 어렵게 만들어진 사회적 대화의 장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신은종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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