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통한다.
얼마 전, 중국에서 일본 극단인 사계에서 온 재즈 선생님과 함께 뮤지컬과 학생 50명을 훈련시켰다. 짧은 일정 동안 재즈 선생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선생님도 30년 이상 배우들에게 춤을 가르치며 여러 경우를 보았다고 했다. 그런데 이야기를 나눌수록 예술은 통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즈 선생님과 나는 “기본이 중요하다”는 데서 일치했다. 그림의 경우 기본 스케치 훈련에 시간을 투자하지 않고 개성만 드러내면 작품이 아닌 낙서에 불과하다. 노래와 춤을 비롯해 모든 예술도 그렇다. 기본이 중요하다. 기본은 중심을 잡아준다.
학생들은 자주 “어떻게 하면 빨리 노래를 잘할 수 있는지” 묻는다. 그때마다 나는 “음정과 박자를 정확히 하고 호흡과 발성 스케일 훈련을 꾸준히 하라”는 답을 준다. 나도 그들만큼이나 조급하다. 제자들이 하루 빨리 관객들 앞에서 감동을 주는 배우가 되길 바란다. 그러나 기본에 충실하기보다 개성을 드러내는데 급급하면 안 된다. 그런 친구들은 결과적으로 멀리 돌아가는 여정을 택했다고 봐야 한다. 그러다 목적지를 잃어버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가르칠 때 가장 시간이 걸리는 부분은 노래 테크닉이 아니라 기본이 얼마나 중요한지 인식시키는 것이다. 기본은 곧 방향이다. 방향이 확실하면 달리기만 하면 된다. 속도는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방향이 바르고 걸음을 멈추지만 않는다면 언젠가는 목적지에 다다른다.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노래는 음정과 박자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음정과 박자를 정확히 하려면 호흡을 조절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것은 긴 훈련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 아름다운 몸매를 얻으려고 헬스장에서 코치의 지도를 받아가며 근육 운동을 해야 하는 것과 같다. 호흡 훈련을 통해 관련 근육을 훈련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발성 훈련을 해서 소리를 자유자재로 조절하는 것이다.
인내가 필요하다. 개성을 드러내고 싶어도 꾹 참고 기본 훈련에 충실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올바른 방향으로 내닫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기본은 아주 중요하다. 기본을 대강 건너뛰어선 안 된다. 지겹고 긴 시간을 견뎌야 한다.
기본 훈련 없이 개성만 드러내는 춤과 노래로 무대에 서는 것은 무례한 행위다. 재즈 선생님은 “그런 사람은 그저 노래방에서 혼자 춤추고 노래하는 것이 좋다”고 단언했다.
기본 훈련의 중요성은 오랫동안 무대에 선 사람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나 역시 매일 노력한다. 레너드 번스타인은 “하루 연습을 안 하면 내가 알고, 이틀 연습을 안 하면 아내가 알고, 사흘 연습을 안 하면 청중이 안다”고 했다.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다. 기본이 방향이다.
홍본영 뮤지컬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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