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마단 특수’가 올해 말레이시아에서 만큼은 예외다. 한 달간 이어지는 라마단이 꺾일 지금쯤이면 라마단 이후 고향에 가져갈 생필품 구매가 급증해야 하지만 시장 반응이 영 신통치 않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 11번가 임현동(45) 영업본부장은 “테스코, 왓슨 등 입점 업체들로부터 라마단 특수 한복판인데 평소보다 매출이 더 안 나오고 있다는 하소연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동기 대비 20~30% 정도 매출이 감소했다는 설명이다.
매출 감소는 61년만의 정권 교체, 경기 침체 등 여러 이유가 거론되고 있지만, 폐지를 앞두고 있는 재화용역세(GST) 때문이라는 분석이 가장 설득력 있다. 지난 9일 총선에서 15년 만에 집권한 마하티르 모하맛 총리는 6월 1일부로 GST 폐지를 예고해 놓고 있다. GST는 모든 상품 구입과 보험 등 서비스 이용에 6%씩 붙는 세금이다. 나집 라작 전 총리 시절 도입됐으며, 지난 선거에서 정권 교체를 부른 요인 중 하나다. 소비자들이 GST 폐지 이후로 쇼핑을 미뤄놓고 있다는 얘기다.
11번가에 따르면 라마단을 앞두고는 전통의상과 함께 영양제 판매 비중이 높다. 전통 의상 구입은 한국인들이 설을 앞두고 한복을 맞추는 것과 같다. 여기에 금식에 대비한 영양제 등 건강식품 매출이 높다. 이후 본격적인 라마단에 들어가면서는 레스토랑 바우처가 인기다. 금식 기간으로 알려진 라마단에서도 일몰 후에는 식사를 할 수 있으며, 낮 시간의 금식 때문에 만찬(이프타르) 때에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먹는 경향이 있다. 이와 함께 고향 방문을 앞두고 선물할 생필품이 많이 팔리며, 장거리 운전을 앞두고 자동차 타이어와 오일도 많이 판매된다. 이후 업체들이 최대 할인에 들어가는 라마단 마지막 이틀 동안에는 가전 제품 등 고가의 물건들이 많이 팔린다. 임 본부장은 “6월 1일 이후 억눌렸던 구매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예년과 같은 라마단 특수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 중”이라고 말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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