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 자사주 소각 전 금산법 대응
“삼성 지배구조 개선 시작” 해석도
삼성 금융계열사가 보유 삼성전자 지분 중 1조4,000억원 규모를 매각했다.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을 앞두고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대한 법률(금산법)을 지키기 위해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이란 게 삼성 설명이지만 지배구조 개편이 본격화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30일 이사회를 열고 보유 중인 삼성전자 주식 중 2,700만주(0.45%)를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총 1조3,851억원 규모로, 삼성생명이 2,298만주(0.38%ㆍ1조1,791억원), 삼성화재 402만주(0.07%ㆍ2,060억원)다. 매각주간사인 골드만삭스와 JP모건은 이날 밤 블록딜 거래를 진행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4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2회에 걸쳐 소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소각할 경우 삼성생명(삼성전자 지분 8.27%)과 삼성화재(1.45%)의 전자 지분율은 현재 9.72%에서 10% 이상으로 높아진다. 현행 금산법은 대기업 계열 금융회사들이 비금융계열사 지분을 10% 넘게 보유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생명ㆍ화재는 선제적으로 10% 초과분에 대한 매각 작업에 나서야만 했다. 블록딜 거래 후 삼성생명ㆍ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각각 7.89%, 1.38%로 낮아졌다.
이미 국회에 보험사가 보유할 수 있는 계열사 지분을 취득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고, 자산의 3%(시가 기준)까지만 보유하게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올라와 있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추가 매각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 법이 통과될 경우 삼성생명은 26조원(30일 종가 기준)에 달하는 삼성전자 지분을 팔아야 한다. 다만 이날 이사회에선 추가 지분 매각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향후 국제회계기준(IFRS17) 등을 감안해 재무건전성 차원에서 종합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이 가속화할 공산도 크다. 삼성SDI가 삼성물산 주식 404만주를 매각하면서 그룹 내부의 순환출자 고리를 상당부분 해소한 데 이은 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일환이란 시각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지난 10일 10대 그룹 전문경영인 간담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출자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삼성전자 주식 매각 방안 마련을 압박한 바 있다.
업계에선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선 압박에 대해 일종의 ‘성의’를 보인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주식 소유 문제가 있는 금융회사가 법이 개정될 때까지 아무 개선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삼성전자 지분을 자발적으로 매각해야 한다”며 두 차례에 걸쳐 삼성생명을 직접 겨냥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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