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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ICBM 우선 폐기’ 가닥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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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ICBM 우선 폐기’ 가닥 잡았다

입력
2018.05.31 04:4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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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ㆍ12 정상회담 성과로 제시 전망

美 “北 양보해야 체제보장” 분위기

北 “국내 폐기” 美 “국외 반출” 주장

괌 타격 IRBM 포함 여부도 문제

김영철 방미, 폼페이오와 최종 담판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29일 오전 베이징(北京) 서우두(首都) 공항에 도착했으며, 30일 오후 1시 뉴욕행 중국 국제항공 CA981 항공편 탑승객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연합뉴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29일 오전 베이징(北京) 서우두(首都) 공항에 도착했으며, 30일 오후 1시 뉴욕행 중국 국제항공 CA981 항공편 탑승객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연합뉴스

북미가 북한이 이행해야 할 비핵화 첫 조치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에 공감대를 형성한 가운데 구체적 폐기 방법과 범위를 두고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과 판문점에서 진행되는 북미 간 사전 실무협상이 비핵화와 대북 체제보장의 교환 방안에 맞춰진 가운데 ICBM 폐기가 내달 12일 열릴 것으로 보이는 북미 정상회담의 가시적 성과로 도출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뉴욕 현지시간으로 30~31일 열릴 예정인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간 협상에서 최종 담판이 이뤄질 전망이다.

외교 소식통은 30일 “최근 열리고 있는 북미 간 협상 채널에서 오가는 협상안에 ICBM 폐기를 둔 양국의 의견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비핵화 방법론을 두고 첨예하게 벌어졌던 양국 간 레토릭(외교적 수사) 싸움은 이제 끝이 났다고 봐야 한다”며 “ICBM 폐기 문제를 두고 이견을 좁혀 이를 북미 정상회담의 가시적 성과로 내세우기 위한 미국의 대북 압박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가 그동안 ‘선 핵포기ㆍ후 보상’이라는 이른바 리비아식 해법이나 PVID(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 비핵화) 등 비핵화 개념 공방을 벌여왔으나, 현재 진행 중인 실무 협상에선 북미 정상회담에서 당장 내세울 수 있는 ICBM과 핵탄두 폐기 문제가 실질적 쟁점이 되고 있다는 뜻이다.

외교가에선 실무협상팀이 이미 북미 정상회담의 가시적 성과물로 최소한 ICBM 폐기 합의안을 도출하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단계적ㆍ동시적 비핵화 프로세스를 주장하고 있는 북한도 비핵화 의지를 확인시켜 주기 위해선 미 본토 타격을 목표로 개발해온 ICBM을 완전히 폐기하는 것이 최소한의 조치라고 본다는 것이다. 또 ICBM 폐기 등에서 확실한 양보를 해야 북한이 요구하는 체제보장 방안도 구체화할 수 있다는 게 미국 행정부 분위기다. 특히 헤더 나워트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실무협상 진행상황에 대해 “지난 며칠 사이 엄청난 진전이 있었다”고 밝혀 합의가 막바지 단계에 이르렀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다만 ICBM 폐기 방법과 범위를 놓고는 협상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국내에서 폐기를 선호하지만, 미국은 북한이 보유한 ICBM를 국외로 반출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ICBM을 미국 등 국외로 반출할 경우 베일에 가려져 있던 북한의 탄도미사일 기술 수준이 공개되기 때문에 아직은 합의를 꺼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ICBM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도 관건이다. 한미 군 당국은 통상 미 본토까지 날아갈 수 있는 화성-15형(사거리 1만3,000km이상)과 화성-14형(1만km) 등을 ICBM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미국 주요 전략자산이 배치된 괌 타격권을 기준으로 할 경우 미국은 화성-12형(5,000km)이나 무수단(3,500km) 등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까지 폐기하라고 요구할 수 있다.

ICBM 폐기를 넘어 핵탄두 폐기 방안까지 협상 테이블에 올라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북미 간 합의에 이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핵탄두의 정확한 숫자와 보관 장소를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백악관은 28일(현지시간) 최대 20개로 추정되는 핵탄두를 조기에 국외로 반출할 것을 미국이 북한에 요구하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 “추측성 보도”라며 선을 그어 놓은 상태다.

한편 김영철 부위원장은 30일 오후 1시 베이징 서우두(首都) 공항에서 중국 국제항공 CA981항공을 타고 미국 뉴욕으로 출발했다. 김 부위원장은 31일까지 뉴욕에 머무르며 폼페이오 장관과 북미 정상회담 의제에 대해 최종 조율을 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정상회담 의제 사전조율을 위한 성 김 필리핀 주재 미국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간 판문점 협상도 이날 오전 사흘 만에 다시 열렸다. 또 북미 정상회담 개최지인 싱가포르의 카펠라호텔에서는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과 조 헤이긴 미 백악관 부비서실장 등 의전 담당자들이 회담 장소와 세부 일정 등을 실무 협의를 가졌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박재현 기자 remak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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