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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잘한다케도…” 경제침체 불만 많은 경남 서부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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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잘한다케도…” 경제침체 불만 많은 경남 서부권

입력
2018.05.31 04:4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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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보수” PK 전통 표심 속

“대통령 힘 좀 받을 수 있게 해야”

60대 이상도 김경수 지지 적잖아

“큰 문제 아니다” “감싸기 급급”

드루킹 사건엔 세대별 반응 갈려

그래픽=강준구 기자
그래픽=강준구 기자

“대통령이 잘한다카데, 글케도 북한 그 만나봐야 내는 좋을 거 하나도 없다.”

서부경남 보수의 벽은 여전히 높았다. 한반도 평화무드 조성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호재인 건 분명했지만, 다수 유권자들은 경제가 나빠질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경남 서부내륙인 거창의 거창전통시장에서 자영업을 하는 한모(60)씨는 “대통령만 김정은 만난다고 바쁘지 우리는 파리만 날리고 있다”며 “거창은 (생활권이) 대구 쪽이라 어른들 때부터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씨의 설명처럼 거창 중앙로 사거리 건물들에 내걸린 선거 현수막은 온통 붉은 색(한국당 상징색) 일색이었다. 중앙로에서 만난 박창선(42)씨는 “한국당에 대한 신뢰가 많이 깨진 건 맞다”면서도 “당을 보면 안 찍고 싶지만, 사람을 보면 찍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를 돕는 사람을 보면 안다”며 “김경수가 앞선다 해도 거창은 언캉(워낙) 보수적이어서 (선거 결과는) 모를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현정부가 한반도 평화 문제를 적극적으로 풀어가는데 대한 기대감보다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경제 상황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이들이 많았다. 지리산과 닿은 함양에서 만난 공인중개사 임모(48)씨는 “우리부터 살아야지. 경기가 이렇게 안 좋은데, 대통령은 북한 문제만 들여다 보고 있지 않냐”며 “홍준표 대표에게 힘을 실어줘 우리 쪽으로 (대통령이) 눈을 좀 돌리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청 신안면에서 개인택시를 모는 전재도(69)씨는 “대통령이 잘하는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견제세력이 있어야 한다”며 “되건 안되건 김태호 한국당 후보를 찍어줘 야당도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북관계보다 경제 문제에 민감한 것은 남서부해안 지역도 다르지 않았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정책을 두고 불만을 터뜨린다는 건 어디나 같았다. 고성 개천면에서 농사를 짓는 김정희(50)씨는 “정부가 최저임금을 올린다니까 외국인 노동자 품삯은 작년부터 진작에 올랐는데, 농산물 가격은 제자리”라며 “임금을 올려주라면서 농산물 가격은 물가 상승의 주범처럼 때려잡으면 어떡하자는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선 한국당이 선전하는 ‘핵 폐기 쇼’라는 주장에 공감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60대 이상 어른들 가운데도 억지 주장이란 반론이 적지 않았다. 하동 옥종에서 만난 김순희(68)씨는 “며느리 발꿈치가 아무리 달 같아도, 밉게 보려고 하면 미운 것”이라며 “될 놈을 찍어줘서 대통령이 힘 좀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성 영오면에서 모내기에 한창이던 김모(74)씨는 “대통령은 핵폐기 한다는데 아직 어떻게 될지 모르겠고, 홍준표는 막말만 하지 잘하는 거 모르겠다”고 양비론을 폈다.

경남도지사 후보들이 25일 오후 경남 창원시 의창구 창원실내체육관에서 경남도선거관리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매니페스토 실천 협약식에 참석해 손 인사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후보, 자유한국당 김태호 후보, 바른미래당 김유근 후보. 창원=연합뉴스
경남도지사 후보들이 25일 오후 경남 창원시 의창구 창원실내체육관에서 경남도선거관리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매니페스토 실천 협약식에 참석해 손 인사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후보, 자유한국당 김태호 후보, 바른미래당 김유근 후보. 창원=연합뉴스

김경수 후보에게 악재로 여겨졌던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의 영향은 세대별로 엇갈렸다. 진주 경상대 캠퍼스에서 만난 문언호(30)씨는 “드루킹 사건이 확실히 문제일 수 있다고 생각은 한다”면서도 “하지만 투표는 최악을 막는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결과는 (민주당 승리로) 어느 정도 정해졌다”고 말했다. 반면 진주 개양오거리에서 자영업을 하는 박모(65)씨는 “대통령이 수족을 잘라내는 아픔이 있더라도 문제를 바로잡아야 하는데 덮으려고만 한다”며 “추미애 대표나 정청래 전 의원은 막말을 일삼더니 이젠 홍준표 대표의 막말을 문제 삼는 것처럼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라고 비판했다.

물론 보수 아성의 높은 벽에 금이 가는 소리도 들렸다. 정당을 보고 같은 기호만 내리 찍는 ‘줄 투표’ 를 해왔는데, 이번엔 인물 보고 선거 별로 투표를 달리하겠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진주 서부시장 자영업을 하는 정모(62)씨는 “도지사는 이번엔 될 사람을 밀어주고, 시장은 늘 하던 사람이 낫지 싶다”고 말했다. 정씨는 “대통령이랑 가까운 힘있는 사람이 되면 한 푼이라도 더 가져오지 않겠냐”며 “그렇다고 너무 몰아주면 경남을 쉽게 볼 수 있으니 홍준표 대표도 면을 세워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종의 전략투표를 하겠다는 말로 들린다.

진주ㆍ고성ㆍ하동ㆍ산청ㆍ함양ㆍ거창=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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