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광주공장 채용사기 수사
채용청탁자 실제 취업 묻자 “있다”
“없다”는 형사과장 말 끊고 부연도
수사팀 “배용주 청장이 오해” 해명 진땀
“수사 상황도 파악 못했나” 빈축
배용주 광주경찰청장이 기자간담회에서 현안인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채용 사기 사건에 대한 수사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듯한 답변을 해 빈축을 샀다. 기자간담회 하루 전에 미리 기자들의 예상 질문까지 받아봤던 배 청장이 정작 ‘엉뚱한 소리’를 하는 바람에 수사팀은 이를 해명하느라 진땀을 뺐다.
배 청장은 30일 오전 출입기자들과 간담회에서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채용 사기 사건의 피해자들 중 실제로 기아자동차에 채용된 경우가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채용된 경우도 있고, 피의자가 돈만 받고 채용을 못 시킨 경우도 있다”고 답했다. 이어 배 청장은 “(구속된 피의자들이 채용 청탁자들을) 채용시킬 만한 지위에 있는 사람에게 로비를 해서, 돈을 줬지 않냐는 의심을 가지고 수사하고 있다”며 “현재 광주공장 경영진 측에서 유력한 (채용 비리)증거를 발견한 것은 없지만 혐의를 가지고 수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앞서 기아자동차 고위 간부와 친분을 과시하며 정규직이나 사내 하청업체에 취직시켜주겠다고 속여 채용 청탁자 56명으로부터 18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전 기아차 노조 간부 A씨 등이 포함된 2개 일당 3명을 구속한 데 이어 또 다른 전 기아차 노조 간부 B씨가 같은 수법으로 29명에게서 19억원을 받은 사실을 확인하고 B씨를 쫓고 있는 터였다.
배 청장의 예상치 못한 답변에 기자들은 귀가 번뜩였다. 배 청장의 말대로라면,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채용 사기 사건의 수사는 ‘채용 비리 사건’으로 확대된 것이어서 그 만큼 사건의 중량감이 다르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2005년 채용비리로 홍역을 치렀던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주변에선 그 동안 채용사례금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기자들은 “채용 사기 피해자 중 실제 채용된 사람은 몇 명이냐?” “채용 대가로 건네 돈은 얼마냐?” 등의 질문을 쏟아냈다. 기자들의 민감한 질문이 이어지자 기자간담회에 배석했던 형사과장은 “채용 사기 피해자 중 실제 취업에 성공한 경우는 없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자 배 청장은 돌연 “형사과장 말인즉슨, 인사책임자에게 돈을 주고 채용됐다는 비리, 이건 확인된 게 없다는 말이다”고 답변을 가로챘다. 누가 봐도 채용 비리를 수사하고 있다는 얘기로 들렸다.
그러나 팩트체크 결과, 배 청장의 답변은 사실과 달랐다. 수사팀 관계자는 “기아자동차에 부품을 납품하는 하청업체 근로자가 정규직 전환을 노리고 기아차 광주공장 사내 하청업체에 취직시켜달라며 구속된 피의자에게 돈을 건넨 사례가 있는데, 이를 배 청장이 오해한 것 같다”며 “실제로 채용청탁자가 돈을 주고 광주공장에 취업한 경우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번 수사가 채용 사기에 머무르지 않고 구조적인 채용 비리를 밝혀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지만 아직 구체화한 것은 없다”고 뒷수습을 하기도 했다. “(피해자들 중에서) 돈을 주고 기아차에 채용된 경우도 있다”던 배 청장의 답변과는 결이 다른 답변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일각에선 “그간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함구로 일관하던 경찰이 마지 못해 입을 열더니 하는 말은 생뚱맞은 소리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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