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 “최소 9년간 여러 기관 해킹”
국무부는 종교자유보고서 발간
“정상회담서 인권문제 간과 안돼”
“북한 비핵화에 15년은 걸릴 것”
CIA 회의적 시각 보고서도 공개
6ㆍ12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양국간 협상이 최종단계에 진입한 가운데 미국 정부가 북한을 압박하는 조치와 보고서를 잇따라 내놓았다. 북한 인권상황과 비핵화 가능성에 대한 부정적 전망 등으로 북한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내용들이다. 추가 대북 경제제재를 연기해 협상 동력은 유지하면서도, 인권문제 등 북한 정권의 약한 고리를 파고들어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시도로 관측된다.
미국 국토안보부(DHS)와 연방수사국(FBI)은 29일(현지시간) 대북 해킹 경보를 발령하면서 2009년부터 최소 9년 동안 미국의 인프라 건설과 우주산업, 금융계, 언론기관에 행해진 해킹 대부분은 북한 정부가 배후였으며 해킹으로 많은 정보를 훔치고 원격 악성 코드로 전산시스템을 공격했다고 발표했다. DHS와 FBI는 경보를 발령하면서 컴퓨터에 침투하는 ‘조냅’과 정보를 빼내오는 ‘브램블’이라는 악성 소프트웨어가 사용됐고 이는 북한 정부가 운영하는 사이버 조직 ‘히든 코브라’와 연관 있다고 설명했다.
DHS와 FBI는 구체적인 피해 기관을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히든 코브라와 관련 있는 IP 주소 87곳과 악성 파일 4개, 이메일 주소 2개를 공개했다. 미국 정부는 북한에 억류됐던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석방됐던 지난해 6월에도 비슷한 내용의 해킹보고서를 발표하는 등 북미관계 냉각기에 해킹 경보를 발령했지만 이번은 북미 고위급 협상이 이뤄지는 기간이라는 점에서, 이례적인 일로 외신들은 분석하고 있다.
국무부도 이날 북한을 정치범 8만~12만명이 정치범 수용소에 감금되어 있다는 ‘2017년 국제종교자유보고서’를 냈다. 2015년과 2016년 보고서가 8월에 나온 것과 비교하면 예년보다 두 달 이상 앞당겨 발간된 것이다. 이 보고서는 종교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북한 헌법에도 불구하고 북한 정부가 처형ㆍ고문ㆍ구타ㆍ체포 등 거의 모든 종교활동 가담자를 가혹하게 탄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샘 브라운백 국무부 국제종교자유 담당대사는 “북한에서는 종교자유와 관련된 모든 문제들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 인권문제가 간과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회의적으로 분석한 미국 중앙정보국(CIA) 보고서도 공개됐다. NBC에 따르면 이 보고서는 “북한 비핵화에 15년이 걸릴 것”이라는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의 평가가 담겨 있다. 해커 박사는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비가역적 비핵화’(CVID)를 절대 수용하지 않을 뿐 아니라 현실성도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NBC는 관리 3명을 인용, 현실적인 북한 비핵화 목표는 김정은이 핵무기 프로그램 개발을 포기하도록 설득하는 것이라는 게 보고서의 핵심인데 다만 이 방안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나 동맹들의 지지를 받을지는 명확하지 않다는 전망도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NBC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취소를 선포하기 며칠 전 이 보고서를 읽은 한 관리는 “모든 이들이 북한이 비핵화가 되지 않을 것을 안다”고 언급했다고 덧붙였다.
이왕구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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