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ㆍ13격전지]안산시
윤화섭 “세계적 명소로 만들 것”
이민근 “당선 땐 장소 다시 결정”
박주원 “슬픔의 도시 만드는 것”
경기 안산시장선거의 변수는 이번에도 ‘세월호’다. 4년 전 지방선거 직전 터진 참사는 정부여당 ‘심판론’을 불러일으켰고, 야당이었던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제종길(득표율 38.95%) 후보에게 승리를 안겼다. 제 후보를 전략 공천한 것에 반발해 김철민(22.27%) 당시 시장이 무소속 출마하는 불리한 선거구도가 짜였지만 민심은 이변이 없었다.
4년여가 흐른 지금, 여전히 세월호가 정책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으나 바닥 민심의 기류는 과거와 약간 다르다. 참사에 이은 촛불민심으로 여당이 된 민주당에 세월호 이슈가 그리 유리하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오랜 기간 침체된 지역경제로 시민들의 정신적 피로감이 누적된데다, 도심 속 화랑유원지 내에 계획된 ‘416생명안전공원’에 대한 여론이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가족과 아픔을 공유하자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추모공간이 포함된 시설을 시민 휴식처에 둬야 하느냐로 의견이 갈린다. 안산시는 유원지 전체 61만㎡ 가운데 2만3,000여㎡에 안전공원을 만들고, 그 지하에 660㎡ 규모의 추모관을 설치하겠다는 구상을 2월 발표했다.
민주당 윤화섭(62) 후보는 안전공원에 대한 거부감이 여당 반대표로 연결되는 상황을 우려한다. 80%에 달하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압도적 지지율 등 전반적인 판세가 유리한 것은 사실이나, 낙관할 수만은 없다고 보고 있다. 8,9대 경기도의회 의장을 지낸 윤 후보는 여당의 수도권 기초자치단체장 후보 중 유일하게 현역인 제 시장과의 경선에서 승리해 본선에 진출했다. 윤 후보는 30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생명안전공원을 세계적인 명소로 만들어 획기적 발전기회로 삼을 것”이라면서도 “다양한 시민의 의견을 대통령과 정부에 가감 없이 전달, 분열된 여론을 통합하고 화합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책무도 느낀다”고 말했다.
일부 지역언론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민심의 고민은 감지된다. ‘안전공원 백지화’를 약속한 이민근(49) 자유한국당 후보와 박주원(59) 바른미래당 후보의 지지율이 소속 당 지지율보다 높게 나오고 있는 것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조빈주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후보는 37.37%를 얻어 제 시장에 불과 1.58% 포인트밖에 뒤지지 않았다. ‘앵그리맘’ 표심이 강했음에도, 보수정권을 감싸는 여론도 만만치 않았다는 얘기다.
이 후보는 이런 정서를 감안, 생명안전공원을 ‘봉안시설’이나 ‘납골당’ 등 혐오시설로 표현하며 표심을 자극하고 있다. 안산시의회 의장이기도 한 이 후보는 “추모공원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지만, 갈등이 있는 지역에 봉안시설을 설치하는 것은 추모시설 면적이 크고 작고의 문제는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는 “시장에 당선되면 의견을 물어 장소를 다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선 4기 안산시장을 지냈던 바른미래당 박 후보도 화랑유원지에 생명안전공원을 조성하는 계획에 반대하고 있다. 박 후보는 “안산을 영원한 슬픔의 도시로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역정가에서는 세월호 참사 이후 침체된 지역경제 해법과 생명안전공원 조성에 대한 민심이 판세를 가를 것으로 보고 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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