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평균 소비지출 255만원
600만원 이상 소득, 440만원 서
양극화 심화… 소득주도성장 ‘빨간 불’
우리나라 다섯 가구 중 한 가구는 월 소득이 100만원도 안 되지만 평균 110만원 넘게 지출, 만성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월 600만원 이상 버는 가구는 평균 440만원 이상 쓰는 것으로 드러났다. 저소득층의 빈곤 현상과 양극화가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주는 지표들이 잇달아 나오며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에도 다시 ‘경고등’이 들어왔다.
30일 통계청의 ‘2017 가계동향조사 결과’ 지출 부문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구의 전국 월평균 소비 지출은 255만7,000원이다. 이는 가계지출에서 소득세와 같은 세금, 건강보험료, 국민연금, 이자비용 등 비소비지출을 제외한 액수다.
가계별 소득(2016년 경상소득 기준)에 따라 소비지출 규모는 극과 극이었다. 소득구간별로 보면 먼저 소득이 100만원 미만인 가구가 월평균 110만7,000원을 쓰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계층은 전체 가구(1,952만3,000가구ㆍ 장례가구추계 기준)의 18.2%(355만3,000가구)를 차지했고, 가구주 평균 연령은 61.2세, 평균 가구원 수는 1.46명이었다. 빚으로 생계를 연명하고 있는 독거노인들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 같은 ‘적자 가구’의 주요 지출 품목은 식료품ㆍ비주류음료(23만1,000원)로, 전체 지출의 20.9%를 차지했다. 식료품ㆍ비주류음료에는 곡물, 육류, 유제품, 과일, 채소, 각종 가공식품 등이 해당된다. 월세, 수도ㆍ전기 요금 등이 포함된 주거ㆍ수도ㆍ광열엔 21만4,000원(19.3%)을 지출했다.
반면 600만원 이상 버는 가구(357만3,000가구ㆍ18.3%)는 월평균 441만8,000원을 써,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생활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지출 중 가장 비중이 높은 소비 품목은 교통비(73만6,000원ㆍ16.7%)였다. 교통비 중 절반 이상(51.6%)은 자동차 구입비(37만9,600원)였고, 연료비(18만9,000원ㆍ25.6%)가 두 번째 비중을 차지했다. 외식비와 호텔, 여관 등 숙박비가 포함된 음식ㆍ숙박 비용은 61만5,000원(13.9%)이었다.
연령대별로 보면 노인가구(가구주 또는 배우자 연령 65세 이상ㆍ평균 73.5세)가 청년가구(가구주 연령 34세 이하ㆍ평균 28.3세)에 비해 씀씀이가 훨씬 작았다. 청년 1인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160만8,000원으로, 노인 1인가구(78만7,000원)보다 배 이상 많았다. 청년가구는 교통(37만원ㆍ16.8%)과 음식ㆍ숙박(36만8,000원ㆍ16.7%)에 소비를 집중하는 반면, 노인가구는 식료품ㆍ비주류음료(35만2,000원ㆍ23.1%) 지출이 컸다.
전국 가구의 주요 소비지출 항목별 지출액 중 통신비 지출도 13만8,000원이나 돼 눈길을 끌었다. 이동통신서비스(76.6%)가 대부분이었다.
소비 증대는 문재인 정부 소득주도성장의 핵심 고리다. ‘소득 향상→소비 확대→내수 성장→투자 활성화’로 이어지는 흐름에서 저소득층, 특히 점점 늘어나고 있는 고령층의 소득과 소비 수준이 개선되지 않으면 사실상 소득주도성장은 더 이상 작동하기 힘들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고령화 현상 심화로 은퇴 후 별다른 소득이 없는 노인층이 늘어나면 정부가 부담해야 할 사회적 비용도 커지게 된다“며 “이들의 소득 안정을 위한 적절한 정책이 마련되지 못하면 경제성장에도 제약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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