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를 저지르다 적발된 유치원ㆍ어린이집 명단을 공개하라며 학부모들이 30일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은 이날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무조정실, 인천교육청 산하 5개 교육지원청을 상대로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3월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산하 177개 교육지원청에 ‘지난 3년간 실시한 정기감사ㆍ특별감사에서 적발된 유치원ㆍ어린이집 명단’ 정보공개를 신청했다. 하지만 이 중 28개 교육지원청만 감사 적발 기관명을 공개했고 나머지 149곳은 “감사와 수사중이고 개인정보에 해당돼 공개할 수 없다”며 비공개 처분을 결정했다.
앞서 국무조정실 부패척결추진단은 지난 2월 유치원ㆍ어린이집이 집중돼 있는 도시 지역(8개 특별ㆍ광역시 및 경기도)을 중심으로 규모가 크거나 여러 개의 시설을 운영하는 95곳(유치원 55개, 어린이집 40개)을 선정해 감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대부분에 해당하는 91개 시설에서 609건의 위반사항과 부당 사용액 205억원을 적발한 바 있다.
대표적 위반 사례로 일부 유치원ㆍ어린이집이 기관운영비로 개인적 선물구입이나 친인척 해외 여행경비, 자녀 학비, 노래방ㆍ유흥주점 목적으로 사용했다. 또 유통기간이 지난 식재료를 사용할 목적으로 보관하고 있거나, 조리·종사원 등 급식종사자 건강검진 및 위생교육을 소홀히 한 사례도 확인됐다.
학부모들은 “조사 대상 중 96%가 부당이익을 챙기거나 유통기간이 경과한 식재료를 사용할 목적으로 보관하는 등 문제가 심각했다”며 “감사와 수사가 종료될 때까지 해당 어린이집ㆍ유치원의 정보공개를 하지 않는 것은 그때까지 비리 유치원ㆍ어린이집에 우리 아이들을 계속 맡기라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장하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내 아이가 다니고 있는 유치원ㆍ어린이집이 비리기관인지 아닌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그들의 업체 정보만 중요하고, 우리 아이들의 안전은 중요하지 않은지 되묻고 싶다”고 강조했다.
소송대리인 류하경 법률사무소 휴먼 변호사는 “이익총량의 원칙(여러 개의 권리충돌 시 더 가치 있는 것을 선택함)을 적용하면 유치원ㆍ어린이집의 이름을 공개해야 한다”며 ”유치원ㆍ어린이집 소유주의 영업권보다 원아들의 안전과 생명권의 가치가 더 크다”고 지적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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