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룡점정 단계로 접어든 북미 실무협상
정상 합의시 후속회담이 비핵화 본게임
정부, 북미회담 이후 국면 철저 대비를
북미 정상회담 열차가 싱가포르를 향해 속도를 내고 있다. 판문점에선 북미 실무협상이, 싱가포르에선 의전ㆍ경호 협의가 진행 중이다.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방미는 북미 사전 협상이 화룡점정 단계임을 의미한다. 그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평양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다시 만나 양 정상의 합의안 재가가 이뤄지면 준비는 끝난다. 북미 정상회담은 이제 U턴 할 수 없는 열차가 됐다.
그러나 불안감은 엄존한다. 북미 정상회담 개최 전 어떤 돌출변수가 튀어나올지 알 수 없다. 양 정상만이 채울 수 있는 합의문의 여백이 크고 넓을 수도 있다. 가능성은 낮지만 극단적으론 막판 빅딜을 시도하다 회담이 깨지지 말라는 법도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벼랑끝 협상술, 김 위원장의 으름장 행보는 여전히 유효하다. 회담이 끝나도 양 정상의 이런 수 싸움, 기 싸움은 이어질 것이다. 그로 인해 비핵화 여정의 불가예측성, 불확실성의 벽을 허무는 시간은 더디게 흐를 수 있다.
북미 정상이 비핵화 로드맵에 합의해도 위기 국면은 계속될 것 같다. 사실 북미ㆍ남북미ㆍ남북미중 간 본게임의 시작은 정상회담 이후부터다. 양 정상이 큰 틀에서 합의를 하면 세부적인 비핵화 실행과 반대급부 내용에 대한 후속 회담 개최가 예상된다. 그 때, 각 단계마다 비핵화 조치의 방법, 시기, 검증, 보상의 수준과 방법 등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70년간 상대를 적대시해 온 북미는 상호신뢰가 제로 상태다. 대화와 협상은 하지만 의심하고 또 의심하며 경계하는 관계다. 때문에 현 상황보다 더 복잡다기한 갈등 국면이 전개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이른바 ‘트럼프 모델’을 등장시켰다. 미국이 원하던 일괄타결식 해법에 북한의 ‘단계적ㆍ동시적’ 방식 일부를 접목, ‘신속한 단계적 비핵화’ 방식을 만들었다. 북한도 김계관 외무성 1부상 담화에서 수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회담까지 남은 시간을 감안할 때 북미 합의안의 최대치는 이 틀 안에 양측이 단시간 내 조치할 수 있는 내용을 채우는 선이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북미 정상회담을 가능케 한, 기존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기적 같은 일이 다시 한번 일어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경우든 이후 실행은 후속 실무 회담의 몫이다.
곳곳에 지뢰가 산재한, 이 기나긴 비핵화의 여정에 한반도 운명이 달렸다. 북미 간 신뢰 축적 여부, 관련국 태도 등 외부 변수, 상대국에 회의적인 북미 내부 사정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비핵화 여정은 순항할 수도, 격랑에 휩싸일 수도 있다. 어렵고 거친, 끝나봐야 끝을 알 수 있는 여정이다.
문재인 대통령 언급대로 비핵화는 북미 간 문제다. 하지만 그것은 외관일 뿐이다. 북미 관계와 남북 문제는 연동돼 있다. 그것이 본질이다. 북한 비핵화 문제는 한반도 평화 정착과 직결된, 한민족의 운명이 걸린 사안이다. 비핵화 협상의 직접 당사자는 아니지만 합의안 도출 이후 운전자든, 중재자든 문 대통령과 우리 정부의 역할이 더 확대되고 중요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북한이 국면마다 한국과 중국 사이를 오가며 우리 정부에 자주 손짓을 할 개연성이 크다. 한미 간 탄탄한 공조 아래 정부가 인내심과 고도의 외교력을 발휘해야 할 시간이 다가온다.
무엇보다 북미 간 신뢰 형성에 기여해야 한다. 그에 앞서 한미관계에 균열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게 긴요하다. “문 대통령이 미국 이익을 대변하는지 분명치 않다”는 미국 보수언론의 보도는 워싱턴 조야의 남북 불신 분위기를 반영한다. 유념해야 할 대목이다. 특히 중국 변수를 경계하지 않으면 안된다. 중국은 북의 비핵화와 북미 관계 개선으로 동북아의 지정학적 이익이 흔들릴 수 있다고 본다. 중국이 주한미군 문제를 끄집어 내면 한반도 문제는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된다. 중국의 패싱 우려를 불식시키면서 평화협정 목표가 달성되도록 정부 역량을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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