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인ㆍ이효리ㆍ성진환 등
서울 삶 다룬 노래 올 상반기에만 10여 곡… 존재의 불안과 좌절 담아
“내 마음을 탕탕”. 가수 장재인은 지난 29일 낸 신곡 ‘서울 느와르’에서 타인의 독을 품은 말과 불신으로 피를 흘린다. 그에게 서울은 삶의 전쟁터다. 장재인은 “서울에서의 삶은 (누군가로부터) 총에 쏘이고 나를 지키기 위해 내가 총을 쏴야 하는 누아르 영화 같아” 곡을 만들게 됐다고 했다. 장재인은 고향인 광주에서 열여덟 나이에 가수가 되려 상경했다. 2010년 Mnet 오디션프로그램 ‘슈퍼스타K2’에서 3위를 해 얼굴을 알린 뒤 서울에서 사회생활을 하며 치른 홍역을 곡에 담았다. 지난해 노랫말을 쓴 장재인에게 누아르 영화처럼 어두운 서울은 “감정은 총알처럼 빠르게 지나가지만 기대와 희망은 슬로우모션처럼 느리게 작동하는” 곳이다.
가요계에 서울을 다룬 노래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텐미닛’과 ‘유고걸’로 무대를 휘어잡던 이효리와 보컬그룹 스윗소로우 멤버 성진환을 비롯해 홍익대 인디신에서 주로 활동하는 쏜애플 등이 1~2년 사이 제목이 ‘서울’인 곡을 냈다. 주류와 비주류 경계 없이 서울이 음악적 화두로 활용되는 모양새다. ‘서울에 산다’(자그마치), ‘서울밤-더는 여기 있기 싫어’(클럽1945), ‘안녕서울’(유니), ‘여기 서울은’(강동호), ‘서울의 밤’(서울의 밤) 등 올 상반기에 나온 서울 관련 신곡만 10개가 넘는다. 서울을 단순히 제목으로만 활용한 게 아니라 대도시 삶을 주제로 다룬 곡들이다. 근대화나 올림픽 유치처럼 수도 중심의 사회, 수도를 소재로 한 대형 문화 이벤트가 이뤄지지 않는 시기 이례적인 풍경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노래 속 서울의 변화다. 1960~80년대 가요에 희망과 낭만이 넘치던 서울은 좌절과 불안, 고립으로 시름이 깊어졌다. “내 가슴에 아름다운 냇물이” 흐르고(조용필 ‘서울서울서울’) “종이 울리고 정다운”(패티 김 ‘서울의 찬가’) 서울은 요즘 “모두가 화를 내고”(성진환 ‘서울) “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늦은”(이효리 ‘서울’) 슬픔의 장소가 됐다. “‘절벽사회’에 내몰려 존재의 사회적 증명 기회를 잃은 이들의 불안이 서울에 대한 부정으로 이어져”(지혜원 대중문화평론가) 나타나는, 유행가 속 우리의 자화상이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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