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조만간 북한을 찾을 예정이라고 공식 확인했다.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을 앞두고 중국에 이어 러시아와 우호 관계를 형성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30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무상 리용호 동지 초청으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연방 외무상이 곧 조선(북한)을 방문하게 된다”고 보도했다. 구체적인 방북 일정이나 양국 간 의제는 밝히지 않았다.
이와 관련,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러시아 관영 타스 통신에 “라브로프 장관 방북이 조율되고 있다. 구체적 방북 시기는 공식 채널을 통해 추후 발표할 것”이라고 확인했다. 앞서 러시아 RBC 통신은 23일(현지시간) 외무부 소식통을 인용, 라브로프 장관이 31일 북한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전한 바 있다.
라브로프 장관 방북은 지난달 리용호 외무상의 모스크바 방문에 대한 답방 형식을 취하고 있다. 리 외무상은 지난달 3일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중국에서 만나는 것을 시작으로 러시아와 독립국가협동체(CIS)를 15일간 순방했다.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관은 지난달 17일 리 외무상 평양 귀환 소식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을 통해 전하며 “리 외무상이 라브로프 장관과의 회담(4월 10일) 결과를 높이 평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북미 정상회담이 2주도 남지 않은 시점에 러시아 외무장관을 초청하는 것은 미국과의 비핵화 담판을 앞두고 주변국의 지지를 확보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북미 정상회담이 가시화한 뒤 중국을 두 차례 방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진 바 있다. 앞서 러시아 외무부는 언론 보도문을 통해 “28일(현지시간) 미하일 보그다노프 차관이 김형준 모스크바 주재 북한 대사와 만났다”며 “양자 관계 및 한반도 정세 현안에 관해 견해를 교환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북측으로부터 북미 정상회담 관련 추진 상황을 듣고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논의 과정에서 역할론을 강조할 것으로 관측된다. 러시아는 한반도 비핵화를 목표로 한 남북ㆍ북미 협상을 지지하면서 비핵화 협상이 동북아 지역 전체 안보 체제 구축을 위한 협상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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