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 최성득 교수팀, ‘PAHs’ 분석
미세먼지 적은 여름철도 농도 높아
VOCs, 광화학반응 거쳐 미세먼지로
“울산, 자체 오염물질 배출 관리부터”
울산이 계절과 상관없이 연중 미세먼지에 함유된 독성물질의 영향을 받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국내 최대 국가공단이 모여 있는 산업도시 영향 등으로 대기 중 미세먼지로 변환되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배출량이 전국 최고 수준이어서 미세먼지에 대한 연구가 더욱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UNIST(총장 정무영) 도시환경공학부 최성득 교수팀은 UNIST 캠퍼스에서 채취한 대기 시료로 울산지역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의 농도와 비율을 분석한 결과 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낮은 여름철에도 PAHs 농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30일 밝혔다. PAHs는 미세먼지에 함유된 대표적 독성물질이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질량을 기준으로 미세먼지 총 농도에 집중하고 있지만,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도 비교적 깨끗한 모래 성분 위주일 수 있고, 반대로 낮은 농도에서도 유독물질이 많을 수 있다.
최성득 교수는 “전체 미세먼지 농도가 낮아도 그 안에 어떤 독성물질이 있느냐에 따라 인체 위해도가 달라진다”며 “따라서 미세먼지 성분을 분석하는 연구가 반드시 필요하며, 이번에는 대표적 독성물질인 PAHs를 다뤘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울산에서는 겨울(1~2월)과 봄(3~5월)의 PAHs 농도와 입자상 비율이 모두 증가했다. 이는 중국에서 발생한 미세먼지가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미세먼지뿐 아니라 먼지를 구성하는 독성물질도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름(6~8월)이 되자 전체적인 미세먼지 양은 줄어들었지만 PAHs 농도는 미세먼지 양만큼 줄어들지 않았다. 울산 동쪽에 위치한 국가산업단지와 주요 도로에서 배출된 오염물질이 해풍을 타고 내륙으로 이동하면서 PAHs 농도가 일정 수준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봄철 고농도 미세먼지 기간이 아니더라도 울산은 연중 독성물질을 함유한 미세먼지 영향을 받는다는 게 드러났다”며 “특히 산업단지에서 배출되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이 광화학반응을 거쳐 미세먼지로 생성되는 양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중국이나 국내 인근 대도시에서 유입되는 대기오염물질을 탓하기 전에 울산시 자체의 오염물질 배출을 관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선박 연료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물질 상당량도 해풍을 통해 울산 시내로 유입될 것으로 추정된다”며 “산업단지와 항만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와 발암물질에 대한 기초 연구를 본격 수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환경오염 모니터링 분야 최상위급 국제학술지인 ‘환경오염(Environmental Pollution)’ 5월호에 발표됐다.
한편 이번 논문은 미세먼지 성분에 집중한 드문 연구로 눈길을 끌고 있다. 미세먼지의 성분 파악은 배출원에 대한 정량적인 분석으로 이어져 대응정책 수립으로 이어진다. 분석 결과에 따라 차량 배출 규제, 산업체 석탄 혹은 석유 사용량 규제, 중국 등 인접국가의 협조 요청 등의 대책 수립이 가능한 것이다. 이처럼 미세먼지 성분 분석과 각종 통계ㆍ모델링 기법을 이용한 연구방법을 ‘환경수사기법’이라고 부른다. 김창배 기자 kimcb@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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