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부위원장 베이징서 30일 미국行
김정은 친서 트럼프에 전달할 수도
트럼프 “김영철 오고 있다” 트윗
백악관도 “뉴욕서 회동할 것” 확인
27일 이어 30일 판문점 실무협상
최종의제 정상 간 친서로 결정 가능성
북미 정상회담의 실무를 총괄하고 있는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30일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어서 6ㆍ12 북미 정상회담 성사가 최종 기로에 접어들었다. 김 부위원장은 대화 파트너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뉴욕에서 이번 주말께 고위급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지닌 대미 특사 자격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접견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북미가 정상회담 의제와 관련, 실무진 협상에 이어 고위급 인사의 최종 담판으로 정상간 의지를 확인하고 큰 틀의 합의를 이끌어 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부위원장은 이날 오전 10시(현지시간)께 고려항공 JS151편으로 베이징 서우두(首都) 국제공항에 도착, 베이징 모처로 이동했다. 공항에서는 북한의 대표적인 미국통으로 꼽히는 최강일 북한 외무성 북아메리카국 국장대행도 목격됐다. 김 부위원장은 30일 오후 1시 뉴욕행 중국국제항공 CA981편 탑승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미 정부 고위관계자는 CNN에 폼페이오 장관과 김 부위원장이 정상회담 이전 만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김 부위원장이 제3국이 아니라 미국을 직접 찾는다는 점에서, 워싱턴으로 이동해 트럼프 대통령을 접견하고 정상회담에 대한 최종 제안이 담긴 김 위원장 친서를 전달할 가능성도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도 29일(현지시간) 아침 트윗에서 “김영철이 뉴욕으로 오고 있다. 나의 편지에 대한 확실한 응답이다. 감사한다”고 환영의사를 표시했다. 백악관 역시 “김 부위원장이 뉴욕에서 폼페이오 장관과 회동할 것”이라고 확인했다.
북한 당국자가 미국 수도 워싱턴을 방문한다면 2000년 당시 북한 조명록 차수 이후 18년만이다. 조 차수는 국무부에서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과 면담한 뒤 백악관으로 가 빌 클린턴 대통령을 예방했다. 당시에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조 차수를 통해 친서를 전달하며 정상회담을 희망했으나, 공화당으로의 정권 교체 등 여러 이유로 막판 무산됐다. 18년 만에 재차 시도되는 북미 정상회담이 비슷한 코스를 밟고 있는 것이다.
특히 판문점 통일각에서 북미 정상회담 의제를 두고 벌이는 실무 협상이 27일 하루만 열린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이뤄지는 성김 주필리핀 미국 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추가 접촉에서의 막판 진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최종 의제도 결국 고위급 회담에 이은 정상간 친서 전달이란 톱다운 방식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외교 소식통은 “27일 열린 실무협상에서 김대사와 최 부상이 3~4시간 가량 만남을 가졌다”고 말했다. 이는 양측이 실무 협상에서 의제를 조율했다기 보기에는 시간이 현저히 부족해 폼페이오 장관 방북 당시의 합의 사항을 확인하고 각자 요구를 정리하는 수준의 협의를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북미가 고위급 회담에서 핵심 쟁점에 대한 타결을 시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외교 소식통은 “김 부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 간 회동은 양국 정상이 서명하기 전 마지막 담판을 하는 자리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실무 진을 건너뛴 의제 조율과 시간 부족 등으로 미뤄 북미 정상회담 의제가 비핵화 조치에 대한 세부 사항 보다는 비핵화 여정의 큰 틀 윤곽을 잡는 데 맞춰질 것으로 전해졌다. 미 정부 관계자는 CNN에 “합의 문서는 북한이 무엇을 포기하고, 미국은 그 대가로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에 대한 세부 사항이 없이 협상을 위한 기본틀을 제공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이 그간 국외 핵반출 등을 거론하며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을 보여줄 초기의 과감한 조치를 거듭 요구해왔고, 트럼프 대통령도 빠른 비핵화 조치를 강조해와 막판 담판에서 북한의 초기 조치에 대한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김 부위원장은 미국 행에 앞서 중국 측과도 관련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김 부위원장은 29일 오후 1시25분 베이징발 워싱턴행 중국국제항공 CA817편을 예약했지만 베이징에 도착한 뒤 30일 출발로 일정을 변경했다. 북미 간 일정 조율의 결과일 수 있지만 북중 관계를 고려한 조치일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해석이 많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