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영 등 ‘헬스&뷰티’ 용품점
상권별 명당서 패스트푸드점 밀어내
10, 20대 입맛 까다로워진 탓
서울 주요 상권의 목 좋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던 패스트푸드점이 하나둘 자취를 감추자, 그 빈 자리를 대기업 유통업체의 ‘헬스 앤드 뷰티(H&B)’ 스토어가 꿰차고 있다. 특히 10, 20대 유동인구가 많은 대학가에서 이런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는데, 빠르게 변하는 젊은 층의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다.
29일 이마트는 맥도날드 신촌점이 있던 자리에 내달 H&B스토어 ‘부츠’ 14호점 입점을 앞두고 29, 30일 이틀간 신촌에 위치한 연세대 캠퍼스 안에서 주요 타깃 고객인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프로모션을 펼친다고 밝혔다. 이마트는 또 부츠 신촌점을 신촌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만들기 위해 매장 내에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휴게공간과 편의시설을 강화하기로 했다.
부츠가 들어서는 2호선 신촌역 3번 출구 앞은 지난 20년간 신촌의 대표적인 약속 장소로 꼽히던 맥도날드가 있던 곳이다. 맥도날드는 신촌점을 지난달 임대료 상승 등을 이유로 문을 닫았다. 맥도날드 관계자는 “식자재 비용과 인건비ㆍ임대료 등 고정비용이 비싸져 폐점 결정을 내렸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성장성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매장은 계약 만료 때 폐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맥도날드는 올해 상반기 신촌점과 강남점, 종로 관훈점을 비롯해 20여 곳의 폐점을 결정했다. 이 가운데 맥도날드 서울대입구점이 있던 곳은 최근 CJ올리브네트웍스가 운영하는 H&B스토어 올리브영이 들어섰다. 앞서 당산역 인근에 있다 2016년 폐점한 맥도날드 매장 자리에는 롯데쇼핑이 운영하는 롭스가 영업 중이다. 최근 4호선 미아4거리역 앞에 있던 KFC 미아점도 롭스로 바뀌었다.
핵심 상권의 ‘명당’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패스트푸드점들이 하나둘 H&B스토어로 바뀌는 것은 젊은 층의 소비 트렌드가 크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젊은 층의 입맛이 까다로워지면서 패스트푸드에 대한 10, 20대의 선호도가 30대 이상보다 훨씬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며 “과거에는 패스트푸드 업체들이 젊은 층 유동인구가 많은 핵심 상권 지점을 중심으로 성장했지만 최근에는 임대료가 싼 곳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오프라인 유통 채널 중 고속성장을 하고 있는 H&B스토어는 주요 상권의 요지에 속속 들어서며 세를 확장하고 있다. 특히 H&B스토어의 주요 고객인 20대 여성 유동인구가 많은 대학가의 패스트푸드점 자리는 이들 업체에 더욱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이마트 관계자는 “패스트푸드점이 있는 곳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은 아니지만 맥도날드 신촌점이 있던 곳처럼 20대 여성을 비롯해 젊은 유동인구 비중이 크고 매장 면적이 넓으며 접근성이 뛰어난 곳은 H&B 입지 조건과 잘 맞아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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