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2일 열리는 북미 정상회담의 의제 조율을 위한 사전 실무협상이 지난 27일 판문점 통일각에서 3~4시간 정도 열린 뒤 29일까지 재개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27일 성 김 주필리핀 미국 대사를 대표로 한 미국 실무협상 팀이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최선희 외무성 부상과 접촉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 언론은 물론 서울의 외신들은 김 대사 일행의 소재를 파악하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29일 오전 9시 10분 파란색 외교차량 번호판(001)이 달린 검정색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과 검정색 세단 외교 차량이 연이어 호텔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미리 대기하고 있던 취재진에 의해 포착됐다. 김 대사 일행이 차량에 오르기 위해 호텔 로비로 나올 것이란 예상과 달리 협상팀 일원인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보좌관이 탄 차량이 9시 40분 호텔을 빠져나간 데 이어 9시 54분 김 대사와 랜들 슈라이버 국방부 아태 담당 차관보의 차량까지 황급히 호텔을 떠났다.
호텔에서 떠난 김 대사 일행이 어디로 향했는지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27일 북측과의 통일각 접촉에 이어 29일까지 실무협상을 벌일 것으로 알려졌던 만큼 판문점으로 향했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들은 판문점에 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 소식통은 “27일 김 대사 일행이 판문점에서 북측과 협상을 벌인 것은 맞지만 어제(28일)와 오늘(29일)은 판문점으로 들어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타이도 매지 않은 김 대사의 옷차림이 협상에 나서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한편 김 대사와 최 부상은 지난 27일 열린 실무협상에서 3~4시간에 그치는 짧은 만남을 가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의 다른 소식통은 “김 대사가 27일 오전 9시쯤 판문점에 들어가 정오쯤 판문점에서 나왔다”고 전했다.
따라서 양측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다뤄질 비핵화 방안에 대한 구체적 협상을 벌였다기보다 양측 간 요구 사항을 교환하고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는 작업을 진행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29일 방미 길에 오른 것으로 확인돼 최종 조율은 김영철 부위원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 채널에서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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