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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질 발작 화물차 막은 고속도 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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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질 발작 화물차 막은 고속도 의인

입력
2018.05.29 17:48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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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분리대 받고 계속 달리자

자기 쏘나타로 대형참사 막아

29일 오전 경남 함안군 중부내륙고속도로 칠원요금소 부근에서 대구 방향으로 달리던 1톤 화물차 운전자가 ‘간질’로 정신을 잃은 뒤 화물차가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은 모습. 사진은 블랙박스 영상 캡처. 경남경찰청 제공
29일 오전 경남 함안군 중부내륙고속도로 칠원요금소 부근에서 대구 방향으로 달리던 1톤 화물차 운전자가 ‘간질’로 정신을 잃은 뒤 화물차가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은 모습. 사진은 블랙박스 영상 캡처. 경남경찰청 제공

운전자가 의식을 잃어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은 뒤에도 그대로 달리는 차량을 막아 세워 대형사고를 막은 의인이 제2서해안고속도로에 이어 중부내륙고속도로에서도 나타났다. 이번에는 운전자가 뇌전증(간질) 발작을 일으켜 정신을 잃고 지그재그로 달리는 화물차를, 뒤따르던 차량 운전자가 자신의 차량으로 막았다.

9일 오전 10시 10분쯤 경남 함안군 중부내륙고속도로 칠원요금소(TG) 부근에서 대구 방향으로 달리던 이모(44) 씨 1톤 화물차가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은 뒤 멈추지 않고 100여m를 달렸다. 이 화물차는 이후에도 오른쪽 가드레일 방향으로 300∼400여m를 더 달렸다.

때마침 이 화물차와 같은 방향으로 운행하던 소나타 승용차 운전자 박세훈(45)씨는 이 상황을 목격하고 화물차를 앞질러 자신의 차량으로 멈춰 세웠다.

박씨는 “2차선에 있던 화물차가 갑자기 1차선으로 이동하더니 ‘꽝’하는 소리와 함께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아 이상하게 여겨 차량을 세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화물차 운전자가 졸음 운전을 하는 것 같아 수 차례 경적을 울렸는데 반응이 없어 차 안을 살펴보니 운전자가 몸을 벌벌 떨며 혼자 몸이 뒤집혀 있었다”고 급박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당시 이씨 화물차 속도는 시속 80∼100㎞(경찰 추정)에 달했다. 혼자 막기에는 위험했지만 박씨는 2차 사고를 막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위험을 무릅쓴 것이다. 당시 화물차는 막아서는 박씨 승용차 뒤 범퍼를 들이 받고도 바로 멈추지 않아 3차례에 걸쳐 30여m 정도를 가다 서기를 반복한 끝에 간신히 섰다. 고속도로라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한 순간이었다. 박씨는 “화물차가 정지한 뒤 문을 열어보니 운전자가 몸을 벌벌 떨면서 기절해 있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출동한 119구급대에 의해 응급 조치를 받은 뒤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이씨가 간질 증상으로 운전을 제대로 하지 못했는데 박씨가 고의로 차를 막아 2차 교통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창원=이동렬기자 d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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