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다가오는 극장가에 벌써부터 전운이 감돈다. 각 투자배급사들이 간판 상품을 속속 공개하면서 전투 태세를 가다듬고 있다. 7~8월 여름 극장가는 1년 매출의 25%를 책임진 최대 성수기다. 오랜 시간 쏟아 부은 돈과 시간과 열정이 첫 열매를 맺는다. 흉작이면 한 해 농사에도 타격이 크다.
관심은 무성했으나 알려진 내용은 많지 않던 영화 ‘인랑’(투자배급사 워너브라더스코리아)이 7월 말 베일을 벗는다. 일본 애니메이션 걸작 ‘공각기동대’(1995)로 유명한 오시이 마모루 감독이 기획과 각본을 맡았던 동명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해 일찌감치 기대작으로 꼽혀 왔다. 한국에서는 쉽게 시도되지 않는 SF 장르라서 더 큰 호기심을 자아낸다.
영화는 원작을 가져오되 무대를 한반도로 옮겼다. 남북한이 통일준비 5개년 계획을 선포한 2029년 미래 사회에서 반통일 테러 단체와 특수 경찰조직, 국가정보기관 사이의 숨막히는 대결과 인간 병기 인랑의 활약을 그린다. ‘밀정’으로 2016년 추석 극장가를 사로잡은 김지운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배우 강동원과 정우성, 한효주 등이 힘을 보탰다. 원작의 묵시록적인 메시지가 어떻게 구현됐을지도 관심사다.
8월 초에는 ‘신과 함께 2’(롯데엔터테인먼트)가 출격한다. 1편 ‘죄와 벌’은 지난해 12월 개봉해 1,441만 관객을 동원하며 ‘명량’(2014ㆍ관객수 1,761만명)에 이어 한국 영화 역대 흥행 2위에 올랐다. 소방관 자홍(차태현)의 우여곡절 많은 저승재판을 그렸던 1편에 이어서 2편에서는 망자의 저승길을 안내하는 ‘삼차사’ 강림(하정우)과 해원맥(주지훈) 덕춘(김향기)의 숨겨진 사연이 펼쳐진다. 1편 에필로그에서 신스틸러로 활약한 성주신(마동석)도 본격 등장한다.
1편 개봉 당시에 이미 2편이 더 재미있다고 입소문이 났다. 경쟁작들보다 전력상 우위로 평가된다. 1편처럼 대만, 홍콩, 태국 등 아시아 전역에서 동시기에 개봉할 계획이다. 2편은 한국형 프랜차이즈 시리즈로 발돋움하는 굳히기 한판이다.
‘공작’(CJ엔터테인먼트)도 8월 중에 관객을 만난다. 1990년대 중반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북핵의 실체를 파헤치던 국가안전기획부 요원이 남북 고위층 사이의 은밀한 거래를 감지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첩보극이다.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2012)와 ‘군도: 민란의 시대’(2014)를 연출한 윤종빈 감독이 배우 황정민, 이성민, 조진웅, 주지훈과 손잡았다. 실화를 소재로 삼은 데다 한반도 평화 국면과 맞물려 비상한 관심을 모은다. 올해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스크리닝부문에 초청돼 첫선을 보였다. “‘007’이나 ‘제이슨 본’ 시리즈 같은 프랜차이즈의 화법은 아니지만 이 영리하고 마음을 사로잡는 스파이 스릴러는 장르 영화 팬들을 분명 불러 모을 것이다”(스크린 데일리)라는 평을 받았다.
지난해 여름 ‘택시운전사’(쇼박스)로 1,000만 흥행작을 추가한 배우 송강호는 2연타석 홈런을 노린다. 같은 배급사와 손잡고 ‘마약왕’을 준비 중이다. ‘내부자들’(2015)에서 정치ㆍ경제ㆍ언론 권력의 추악한 결탁을 폭로한 우민호 감독이 가세했다. 1970년대 마약왕 이두삼의 실화를 영화화했다.
밤에만 활동하는 괴생명체인 야귀라는 독창적 소재를 내세운 ‘창궐’(NEW)도 여름 개봉을 조율 중이다. 지난해 1월 ‘공조’로 781만 깜짝 흥행을 합작한 김성훈 감독과 배우 현빈이 재회했다. 상상으로 창조된 야귀와 타격감 넘치는 액션 등 풍성한 볼거리를 자랑한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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